‘어느 푸른 저녁’의 시인에게=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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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회 작성일 22-08-18 12:03본문
‘어느 푸른 저녁’의 시인에게
=신용목
날마다 내 안에서 뛰쳐나가
아득히 사라지는 아이를 보며 나는 영원이라는 말을 상실 속에 가두어버렸다
시를 쓰다보면 벌레를 닮은 글자들, 일제히 깨어나 슬금슬금 흰 종이를 기어나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어딘가
높은 데서 쳐다보면 사람도 벌레처럼 보여서
모퉁이마다 시간이라는 약을 놓아서는 조금씩 우리를 먹이고 있는 것 같아
시인이 되면
잘 숨어 다닐 수 있을까 했다
모든 계절은 습관이 되고 모든 날들은 순서가 되는 생활의 텅 빈 지하실에서
똑,똑,똑 낙숫물처럼 듣는 저녁이 천장에 열어놓은 어느 푸른 눈망울로부터
얼띤感想文
한 손에서 다른 한 손으로 떨어지는 한 남자를 보았다 붉은 노을이 한 차례 지나가고 개밥바라기가 희미했다 가지런한 뼛조각과 조개무지만 소중히 지녔다 아직 성년식이 끝나지 않아 뜰아래 활짝 핀 민들레만 보았다 정말 깜도 안 되는 것들이 드러누웠다 삼한을 거쳐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넘어 고려와 조선까지 천박하다고 할 수 없는 그 잔영이 흐른다 수수료 없는 이행의 길은 아이들이 물가에서 노는 일이라 내부 근로자 언니는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때 냉장고에 넣어둔 옥수수를 잊은 지 꽤 되었는데 잠시 생각나 들여다보다가 성애 꽃 물며 손을 건넨다 낡은 길 속에는 끝까지 걸어보지 않아도 이끼가 끼었고 습한 구석이 있다 우리 집 돌담에는 낡은 기왓장까지 얹어 두었다 집 앞은 숭오리 버스 정류장, 포장한 그 밑은 개울이 흐른다 한때는 돌미나리가 꽤 있었는데 영원히 사장된 셈이다 거기에 나무도 한 그루 있어, 그 밑에 앉아 쉬시는 노모가 있다 나는 마트에서 산 까만 봉지에 담은 미나리 한 봉지 건네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미나리처럼 푸른 밤을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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