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언덕 =박상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순례자의 언덕 =박상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2-08-18 16:20

본문

순례자의 언덕

=박상수

 

 

    당신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순간 산길은 소리 없이 끊어졌어요 깎인 생목의 부스러기들로 가슴이 가득차 있었지요 손바닥은 조금 젖었고 끈끈한 민트 잎새들이 거미줄에 감겨 말라갔어요 난 흔적없이 다녀가고 싶었지요 비와 안개 차가운 공기들, 불가촉천민의 소떼들이 광목 띠를 받치고 지나갔어요 평생이란 얼마나 두꺼운 종이 뭉치인가요 염소가 씹으면 얼마나 오래 배부른 채 잘 수 있나요 난 꽤 오래전에 강을 건너왔는데 여전히 종이 신을 신고 있었어요 산을 감싼 연기, 당신은 어린 죽순을 품에 안고 한 겹 한 겹 강물에 띄워보내고 있었지요 누룩이 가득한 술도 아직 식지 않았는데 당신 입술, 당신 목을 껴안고 놓지 않았어요 내가 태어날 때 당신은 오래 곡식을 씹어 내 입에 넣어주었지요

 

    얼띤感想文

    책이 아니었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펴보지 않을 거 같은 자리에 떳떳하게 올린 저 녹색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집에서 옛 얘기를 들으며 앉아 있었다 부끄러웠지만 대단한 용기였다 엄마가 없어도 엄마처럼 한때 어깨를 다독였던 저 쓸쓸한 풀잎의 소리를 좀 더 노인이 되어 읽고 있었다 청소부가 없는 운동장에서 검은 잎만 가득해서 장님은 또 얼마나 긴 시간을 보냈던가! 아이는 얼마나 또 마음 아파했으며 어둠 속에서 혼자 지냈을까! 한때의 열정으로 무엇이 하늘이고 별빛인지 모르는 골목길에서 봉투는 다만 왜 그리 서성거렸을까! 저 검은 발자국의 창밖은 꿈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뿌리 없는 흰빛의 무덤이었다 조붓한 숲길을 만들고 산은 산을 오르고 땀내를 내리고 저 건너오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간 심지에서 한참이나 바라보며 서 있었다 이토록 너는 네가 빠진 가운데 무수히 내리는 눈발로 상대를 주시하며 꿋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07
40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07
40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08
4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11
40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18
40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20
40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9-16
4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9-28
40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3-12
40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7-12
40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02
40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1 08-03
40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07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18
4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25
40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7-13
40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7-18
40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7-29
40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8-12
40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3-12
4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7-10
39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7-21
39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8-08
3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8-11
39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8-18
3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9-06
3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9-15
399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9-16
399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3-03
39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5-03
39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7-22
3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1 07-28
39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7-29
39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8-11
39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8-19
39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8-19
398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9-11
39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9-12
39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10-02
39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3-12
398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7-27
39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7-28
39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8-03
397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9-12
39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2-28
3975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5-28
39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03
39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04
39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11
39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