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살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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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회 작성일 22-08-18 17:37본문
소의 살
=서효인
채식주의자와 합석하여 소를 구웠다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하더군 그래서 안 들은 걸로 하는 귀 핏물을 머금은 살을 내밀고 자, 지금이야 권하며 닫힌 귀를 본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귀라니 믿을 수 없어 꼬집어본다 소고기를 먹는 것이 꿈은 아니겠지 빨간 고기를 자주 먹으면 사람이 맹렬해진다 고기라는 게 그래 이 부드럽고 선량한 살을 가진 소에게도 사나운 성격이 있다 숯처럼 달아오른 네 표정 안 본 걸로 하는 눈 살칫살 갈빗살 치맛살 허리며 등이며 손을 대며 짐짓 가르친다 큰아버지가 정형을 했는데 아버지라는 게 그래 맹렬한 믿음 사나운 확신 몸에 좋다는 것을 먹으며 최대한 오래 살았다 채식주의자의 앞접시로 기름진 안개가 손을 뻗는다 안 먹은 걸로 하는 입 주문한다 무엇이든 자, 지금부터 다시 얼룩배기 소처럼 선량하게 너에게 몸에 좋은 것을 권유할 뿐인데 맹목적이며 착한 믿음과 확신이 축사를 사납게 채우고 큰아버지는 당뇨와 심장병을 오래 앓았다 상추를 든 채식주의자를 쳐다보며 국에 뜬 선지의 등에 젓가락을 꽂는다
얼띤感想文
채식주의자는 초식을 비유한 데서 좀 더 나가면 육식의 그 반대다. 초식은 시초에서 나오는 어휘의 변환에서 오는 비유겠다. 풀 초草자에 주목해야겠다. 소고기는 소訴고기이겠다. 아니면 소素고기이거나 어느 것이든 달리 생각해 본다. 정형은 일정한 틀을 말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 상추를 든 채식주의자를 쳐다보며 국에 뜬 선지의 등에 젓가락을 꽂는다. 상추는 이미 여름이 지난 세계다. 즉 가을, 줄여서 갈, 가는 세계다. 국은 자리 흔적 이미 남은 자국이며 선지는 앞선 언약 같은 言志, 그 등에 젓가락을 꽂는다. 젓가락처럼 곧고 단단한 말씀을 집는다. 굳음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인의 의지를 본다.
모닥불 / 崇烏
한 아이가 모닥불을 피우고 우묵한 저녁을 바라보고 있었다 갈퀴로 긁은 잎과 검불을 모아 야영지도 아닌 이곳 눈꽃에다가 불을 피우며 불꽃을 틔우고 있었다 모두 잠든 이 밤에 세상에 없는 모닥불을 피우고 서로가 서로를 태우며 형편은 형편대로 기대며 앉아 그 불을 쬐며 즐길 수 있는, 아무도 없는 이 모래사장에서 저 혼자 열렬히 타는 노동을 어느 때 오는 선착장을 향해 피우고 있었다 어느 때 없이 사장될 모닥불을 한 아이가 긴 밤을 업고 오는 발자국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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