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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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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의 알리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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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1회 작성일 22-08-20 22:41

본문

아스피린의 알리바이 / 한상신 

 

 

아스피린 한 알을 물과 삼켰는데 물만 넘어갔을 때

내가 다시 유리컵에 물을 따라 들고 있을 때

식도 어디쯤에 매달린 아스피린

 

나의 하루는 자주 500mg짜리 흰 두통이다

 

염전의 외딴 소금창고를 닮은 밤에 대해

항상 증거가 불충분한 나의 생활에 대해

벽에 달라붙어 잠을 청하는 내 불면 그 미제사건에 대해

어차피 기록을 남길 수 없으므로

 

아스피린이 비명도 없이 동그랗고 조그맣게 추락한 후

내가 소금기 마르듯이 잠이 든다면

신기루를 스쳐 아스피린 몸피들이

잠속인지 잠 바깥인지 알아차릴 때까지

내가 빈 책장처럼 딱딱하고 허전하게 잠이 든다면

 

내일 아침에 어쩌면 어제 아침에 내가 아닌 것처럼 깨어나

여기가 어디죠?

마리앙투아네트 증후군처럼 하얗게 증발하며

 

아무리 물을 마셔도

식도 어디쯤에 매달린 아스피린처럼

내가 벽에 달라붙어 잠을 청하는

내가 내 조서(調書)를 읽어 내려가듯 드문드문 잠을 청하는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얼기설기 맞추기

식도염은 음식을 삼킬 대 흉통과 연하(삼킴)곤란과 음식이 걸려있는 듯 한 증상이다. 이 시에서 아스피린은 마치 식도염 같은 통증을 유발하는 존재다. 보통은 해열, 진통제로 쓰이는 약을 시인은 오래된 두통으로 대체하는, 이미 약의 효능은 사라지고 없는 오직 자신의 불면과 내적 고통만이 남은 것을 목에 걸린 아스피린으로 표현한 것 같다.

내일아침과 어제아침의 시간적 흐름을 바꿔 놓음으로써 벌써 오래 전부터 앓아 온 그리고 살아 있는 한 끝나지 않을 삶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그로인한 불면을 마리앙투아네트증후군으로 표현 했다. 하루 밤사이 머리가 백색이 될 만큼

극심한 죽음의 공포나 그와 버금가는 고통으로 인해 생긴다는 이 증후군. 시인은

어디선가 오늘 밤도 머리가 하얗게 탈색이 될 것 같은 밤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꾸역꾸역 발을 붙이고 사는 이 지구에 고통 받지 않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아스피린 조차 듣지 않는 이 시대에 무엇을 기대하고 살까.......

추신) 그래도 시인은 드문드문 잠을 청한다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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