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의 말 - 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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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의 말 / 직립 나는 시를 쓰는 시인이다 제목이 정해지면 혼을 불러 뼈와 살을 붙인다 그리하여 마침표를 찍었을 때, 누군가 말해줄 때 따뜻하다는 표현이면 좋겠다 비록 모니터일망정 처음 보는 누군가와 손을 서로 마주 잡고 36.5도 피가 돌아 초면에 깊은 심중을 털어놓다가 잠을 깨기 전까지는 자기 전에 양치질은 오른쪽으로 몇 번 하는지 수다 떠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명일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어쩌다 손끝 지문까지 살펴주면서 첨예한 곳 문장이 서로 틀림을 보아도 눈을 맞추며 다음에 써야 할 시를 이야기하면 좋겠다 세상 사람의 지문이 다 다르다는데 지문이 시(詩)라는 것을 너는 혹시 아니? 하며 물어오면 좋겠다 그러다 그의 손끝 지문이 나의 혼을 쏙 빼어 가버려도 좋겠다 장롱 속 깊이 숨겨 놓은 인장 찍힌 집문서를 꺼낼 때처럼 오래전 한때 시마을에 머물던 시인 (筆名 아닌 본명은 모름) 비등단시인으로 直立 --------------------------------- <감상 & 생각> 이 세상에 같은 지문(指紋)을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겠다 하여, 詩도 시가 지닌 혼(魂)의 지문은 마땅히 그러하고 하지만, 여기까지만 말했다면 그리 감동은 없었을 터 즉, 한 사람의 시의 주제(主題)는 결국 자기 자신의 상징인 동시에 혹은 우리들 모두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시적 반전(反轉)에서 서로 낯설고 각기 다른 지문이지만, 그 같은 지문들이 함께 일구어내는 시적 질서(秩序)는 우리 모두 함께 공유하는 또 하나의 指紋(= 詩)일 거다 혼을 쏙 빼어 가버려도 좋을,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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