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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링에서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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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회 작성일 22-08-21 11:10

본문

링에서

=서효인

 

 

권투는 사각형의 링에서 벌어지고 우리가 필요한 것은 둥근 주먹에 맞아 나가는 둥근 얼굴보다는 사각형의 링과 사각형의 지폐 사각형의 방 사각형의 티브이 앞에 모여든 남자들의 어깨와 어깨 사이로 텔레비전의 컬러감이 비죽비죽 빛을 뿜었다 사격형의 평상에서 수박씨를 뱉는다 올림픽처럼 멀리 동그랗고 우아하게 북방형 얼굴의 선수가 금메달인데 온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자국이 없어지지 않는다 흉터가 될 참이다 누가 보더라도 우스운 판정이었는데 사내들 우수수 흩어지고 남은 건 수박 껍질 안쪽에 잇자국 차라리 귀를 물어뜯고 실격패를 당했더라면 저 선수는 고개를 들 수 있었을까 단거리 선수의 몸에서 약물이 검출되었다 올림픽 성화는 비아동에 오지 않았다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는데 텔레비전의 봉송대에서 활활 타올라 비둘기를 죽이고 평화를 죽이고 상징을 죽이고 은유를 죽이고 아이를 죽이고 청사에서는 화염방사기가 쓰였다는 소문 활활 태워서 수박씨처럼 되었다는 소문 고객를 숙인 선수 뒤로 태극기가 가장 높은 데에 걸리고 애국가가 들린다 시끄럽던 권투 경기 캐스터와 해설자도 애국가가 나오는 도중에는 입을 다문다 다문 입안에서 수박 향이 난다 입가에서 피가 돋는데 권투 선수가 고개를 든다 드디어 애국가가 끝났다 성화가 타고 있는 여름 안에서 약물이 검출되었는데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모두들 더한 약물을 원했다고 한다 약물을 빨았던 앞니가 앞사람의 귀를 물었다 메달 결정전이 아니기 때문에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청문회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각자 있던 자리로 빠르게 흩어져 가드를 올렸다 두들겨 맞기 직전이었다

 

    얼띤感想文

    어느 시대든 마찬가지일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비주얼 시대 내면은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지도 않고 바깥에 보이는 외면을 가꾸는 시대 어쩌면 지난 세대보다 좀 더 짙은 이 시대를 맞고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저 컬러감은 네모 속 어린 율동들 사각형 평상에서 수박씨를 뱉어내며 맛보는 저 단맛 같은 일상이다. 그것은 어느 세계든 마찬가지, 시인들이 노는 이 조그마한 책자도 그렇다. 오로지 구체와 내면의 안식을 떠나 이제는 화려한 입술로 사각형을 장식하는 문학의 세계 이는 또 세계 물정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이거라도 있어야 정신적 안정을 구가할 수 있는 대체 만족 같은 거 그러나 그것이 마치 올림픽처럼 경쟁에 치뜨는 무리, 오로지 독자를 향한 울부짖는 멍 자국일 뿐 수박을 뱉고 수박씨를 먹는 이것은 아이러니겠다. 이제 시는 어디로 가는가? 비둘기를 죽이고 평화를 죽이고 상징을 죽이고 은유를 죽이고 마치, 약물을 투여하듯 문장의 소문이 쏟아지는 이 시대, 화염방사기냐 태극기 휘날리고 애국가 터트리면 그래 우린 모두 권투 선수다. 여기에 기상 캐스터는 없고 해설자는 또 따라다니듯 수박 향 물씬 맛보며 입가 석 닦아버리는 일회용의 약물에 안정을 취한다. 경쟁이 낳은 이 산물은 시인이 본 이 사회를 안타깝게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겠다. 청문회는 청문회가 아니었고 청문회 없이 각자 자리에 앉아 가드를 올린 이 상황, 결국 우리는 모두 두들겨 맞은 셈 참!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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