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없는 문장처럼 생긴 것들이 가득해. 그는 망토를 벗었다.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나는 손에 든 책을 술집 바닥에 집어던지고 발로 밟고 있었다. 고통받지 말자. 읽고 토하자. 그는 곧 튀어나올 부호처럼 웃으며 내 발을 만졌다. 이렇게 엄지발가락이 튀어 오르니 맨발로 읽어야지. 발바닥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나라에 가보지 않고 그 나라의 불을 피우는 예언자처럼 모든 글자가 타올랐다. 나는 술집 바닥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불길이 되고 있었다. 형태가 없는 것도 녹아서 재가 될 수 있구나. 아무리 불타올라도 차가운 발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깊이 들어가면 뭐가 있을까. 불길 한가운데 가장 깊은 어둠 속에 담겨 있는 투명한 얼음. 그 나라에는 얼음으로 불길을 퍼뜨리고 쓰다 만 문장들이 후드득 떨어진대. 울음의 시작일지도 모르지. 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을 비비자 술집의 모든 울음이 테이블에서 타올랐다. 누군가가 그의 발을 잡고 엎드렸다. 이것은 어떤 이의 몸의 조각인가. 도끼가 필요해. 그을린 짐승들이 몸을 뒤틀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외딴곳. 그 나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鵲巢感想文
어쩌면 억척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고집에 매달리는 것이다 어쩌면 아집에 뿌리치지 못한 뿌리다 독서는 허공에 대한 진혼곡, 허공에 닿을 수 없는 손짓과 발짓이겠다 고통받지 말자, 그래 즐기며 살아야겠다 읽고 또 쓰고 이 세상에 없는 기호의 아픔을 불러내어 기어이 자리에 앉히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발을 만지며 있어야겠다 그러다 보면 어깨는 빛이 날 것이다 그 빛을 올려다보며 내 뒤로 묻은 긴 숲의 나무 한 자락을 베어 펼쳐야겠다 그것으로 나라를 만들고 이곳에 안장할 세상의 모든 비명을 끌어다 모으며 족장을 세울 것이다 족장은 달에서 뿜어져 나온 달빛의 가락을 뜯고 긴 장대에 걸쳐놓은 언어의 가죽끈에 묶으며 뜨거운 태양 빛에 말릴 것이다 비바람이 불어도 그대로 놓아두며 더 졸리거나 더 부풀거나 새가 오거나 와서 쫓거나 혹은 뜯거나 해서 더욱 준 그 언어의 피붙이를 들고 조직을 짜 옷을 해 입을 것이다 때론 잠시 쉬어가더라도 꾸덕꾸덕 말라가는 저 단어에 별빛이 묻으면 거기에 코를 갖다 대어 냄새를 맡겠다 두 팔에 고여 온몸에 들인 그 향에 취해서 나는 몸이 날아가지 않더라도 내 영혼이 거기에 닿아 이미 진혼곡처럼 저 끝에 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