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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6회 작성일 22-08-23 16:07본문
기일
이 돈 형
내 기일을 안다면 그날은 혼술을 하겠다
이승의 내가 술을 따르고 저승의 내가 술을 받으며 어려운 걸음 하였다 무릎을 맞대겠다
내 잔도 네 잔도 아닌 술잔을 놓고 힘들다 말하고 견디라 말하겠다
마주앉게 된 오늘이 길일이라 너스레를 떨며 한 잔 더 드시라 권하고 두 얼굴이 불콰해지겠다
산 척도 죽은 척도 고단하니 산 내가 죽은 내가 되고 죽은 내가 산 내가 되는 일이나 해보자 하겠다
가까스로 만난 우리가 서로 모르는 게 많았다고 끌어안아보겠다
자정이 지났으니 온 김에 쉬었다 가라 이부자리를 봐두겠다
오늘은 첨잔이 순조로웠다 하겠다
얼기설기 맞추기
언제 죽을지를 안다면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 죽은 내가 살아있는 나를 만나면 먼저 무슨 말을 할까, 참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죽음에게 좀 더 있다 오라고 애원이라도 할까봐 겁이 난다.
시인은 아주 흔쾌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주 앉아 술까지 나누는 담대함을 보인다. 가끔 모든 걸 훌훌히 벗고 떠나는 사람도 있는데, 시에서는 서로 고단하니 죽은 척과 산 척을 바꿔 보자고 한다. 아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돌려서 말하는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둘 다 어렵다고.......
결론적으로 시인은 죽음 그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어떤 어정쩡한 상태의 삶을 경계하는 것 같은, 그나저나 오늘 이승의 나는 지치게 더웠는데, 저승의 난 무념무상으로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일 멋집니다. 감평도 멋지게 잘 읽었습니다. 이승과 저승 이쪽과 저쪽, 혼술마시듯 기교를 부리는 문장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잔에 담은 너스레, 세상 힘든 일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듯 산 척도 죽은 척도 할 수 없는 고단함에 그래도 풀고가는 한 세상 자정에 자정하며 진정한 나를 또 만나 하루 반성의 장과 희망의 장을 봅니다. 이부자리 하나 곱게 보고 가네요. 첨잔 하나 놓습니다.
시인님
김재숙님의 댓글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숭오님이 골라 온 시와 늘 재밌고 또 찾아 보게 되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시평에 자꾸만 다음 시가 또 궁금해 집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시의 세계를 자유자제로 오가는 숭오님께 감탄하고 있습니다. 진심입니다~~~
참 저도 "시인님" 부담입니다 그냥 편하게 불러 주세요~~^^
애독자로서 오늘도 편안 밤 되시길 바랍니다 숭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