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락담 너머 남빛 -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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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락담 너머 남빛 / 활연
1. 그늘집
처마 밑 늙은 개가
휜 등뼈를 우그러뜨리고
긴 혓바닥으로 뙤약볕을 덜어낸다
봉숭아 꽃물 든 울타리
쇠스랑 자루 없는 삽 이 빠진 낫 부서진
기구 등속을 지키고 있다
멸망한 시대를 잎살에 새긴 은행나무는
고약처럼 끈끈한 똥을 눌 것이다
마당 어귀 무국적 꽃잎이 적막
안쪽을 비추고 있다
2. 외등
건너편 외등이 흐린 불빛을 늘였다 줄였다 한다
빈 외양간 해진 닭장 빈 구석을 채운 눅눅한 적요 먼지 쌓인 빈방에 누워 헐거운 혼,
껴입어 본다
筆名 : 활연豁然 (本名 : 김준태)
2010 시마을 문학상 대상 受賞
시마을 이달의 최우수작, 우수작 다수
시마을 作品選集 『분홍 불꽃』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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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감상>
- 시와 意識
시를 감상하며, 새삼 드는 생각..
시는 결국, 모든 단절을 표백하는 의식(意識)이란 거
그늘집, 외등
그 같은 단절이 형이상학적이던, 심미적이던,수사학적이던,
시간과 공간적이던 간에 시는 결국 그 단절적인 상황과 함께
그와 반대적인 상황을 동시에 수용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시 말하면, 시의 저와 같은 상반적 두 상황의 수용은
의식적인 면과 동시에 무의식적인 면을 띠고 있음도 느껴진다
뭐랄까..
비현실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과의 만남,
비이질적인 것과 이질적인 것과의 화합,
혹은 비합리적인 것들의 병치(倂置)속에 싸여있는 합리적 요소 및
나아가서는 현재 또는 미래와의 동시성(同示性) 등이
함께 자리함을 엿 볼 수 있다고 할까
따라서, 시인에게 있어 시는 절대시할만 하고
시 이상의 소중한 결과는 없다고 자부할만 하다
나도 이런 시... 쓰고 싶다는 생각 하나 떨구며,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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