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배후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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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회 작성일 22-08-26 16:45본문
새로운 배후
=나희덕
새로운 배후가 생겼다 그들은 전화선 속에서 숨죽여 듣고 있다가 이따금 지직거린다, 부주의하게도
그는 엿들으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어쩌면 그는 아주 선량한 얼굴을 지녔을지 모른다 절제된 표정과 어투를 지닌 공무원처럼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처럼 이삿짐센터 직원이나 택배 기사처럼 무심한 얼굴로 초인종을 눌렀는지도 모른다
문 뒤에 서 있는 투명인간들 주차장 입구에서 현관문 앞에서 복도와 계단에서 우연히 마주친 듯 지나는 낯선 얼굴들
개 한 마리가 마악 내려놓은 쓰레기봉투를 킁킁거리다 사라진다 그러나 배후는 배후답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날 귓바퀴를 타고 들어와 잠복 중인 발소리
새로운 배후가 생긴 뒤로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귀가 운다 피 흘린다 풀벌레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운다 한겨울에도 운다 끈질기게 끈질기게 고막을 파고든다
쉬잇, 그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얼띤感想文
시를 쓰고 뒤를 본다는 것 그런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 배후,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쩌면 아주 선량한 얼굴을 지녔으면 좋겠다. 절제된 표정과 잠재된 능력자 그런 어투를 지닌 공무원처럼 아니면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처럼 보고 가든가 혹은 이삿짐센터 직원이나 택배 기사처럼 무심한 얼굴로 나를 깨우고 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 문 뒤에 서 있는 투명인간들처럼 아무 말이 없거나 혹은 뒤에서 신나락 까듯 볍씨와 같은 시를 써는 뒷 배경으로 오든가, 복도와 계단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사람들처럼 복도? 좋은 말이다. 나도 이 시어를 한 번 쓴 적 있다. 엎드려 기도한다는 뜻으로 말이다.
마치 개 한 마리가 마악 내려놓은 쓰레기봉투를 킁킁거리다가 사라지듯 나는 이 시를 지금 읽고 있다. 그러면 나는 개란 말인가? 그대는 쓰레기봉투 그러나 배후는 배후답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아름다운 발 길이었다.
어느 날인 거처럼 먼 훗날 찾아오는 독자들은 또 있겠다. 늘 잠복 중인 그대의 음성을 듣기 위해 두꺼운 외투를 벗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봄에서 여름으로 그대의 심장에서 다른 물길을 끌어올릴 때까지 귀를 열어 둘 것이며 끈질기게 너의 마음을 당길 것이다.
쉬잇, 그들이 엎드려 기도하듯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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