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눈사람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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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0회 작성일 22-08-28 12:58본문
해변의 눈사람
=신철규
여기는 지도가 끝나는 곳 같다 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생각을 멈추어도 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이 되려고 한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되려고 한다 눈사람은 녹았다 얼어붙었다 하는 사람 더 이상 녹지 않을 때까지 타오르는 사람 더 이상 얼어붙지 않을 때까지 흐르는 사람 두 사람의 발자국이 모였다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을까 마음으로 와서 몸으로 나가는 것들 몸으로 와서 마음에 갇힌 것들 굳은 마음 손을 대면 손자국이 남을 것 같은 우리는 여권을 잃어버린 여행자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서로의 발끝만 내려다보면서 손바닥을 펴서 네 심장에 갖다 댈 때 눈 속의 지진 지진계처럼 떨리는 속눈썹 나는 그림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몸을 웅크린다 눈사람의 혈관에는 얼어붙은 피가 고여 있다 모래알갱이가 덕지덕지 붙은 몸으로 거센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얼띤感想文
시제가 해변의 눈사람이다. 해변과 눈사람은 대조적이다. 해변이 완벽한 어떤 상황을 대변한다면 눈사람은 불 안전한 상황을 묘사한다.
여기는 지도가 끝나는 곳 같다. 여기서 말하는 지도는 안내자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그 안내자의 역할로 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생각을 멈추어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인간은 시적 존재며 인간이 아닌 것은 불완전한 시초의 존재가 된다.
눈사람은 녹았다 얼어붙었다 하는 사람 더 이상 녹지 않을 때까지 타오르는 사람 더 이상 얼어붙지 않을 때까지 흐르는 사람, 눈사람은 인간 이전에 상황이다. 그러므로 녹았다는 말은 풀렸다는 말 얼어붙었다는 말은 시의 고체성에 좀 더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두 사람의 발자국이 모였다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을까 마음으로 와서 몸으로 나가는 것들 몸으로 와서 마음에 갇힌 것들 굳은 마음 손을 대면 손자국이 남을 것 같은 우리는 여권을 잃어버린 여행자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발자국은 시측 대변인과 그 반대쪽 독자와의 거리다. 손자국이 남았다는 말은 아무래도 언어의 진화 측 설명에서 어느 것이든 그 형태와 내용은 다르더라도 시라는 점에서는 맥락이 같기에 요즘같이 무엇이든 풍만한 세상에 다모작 시대를 대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여권을 잃어버린 여행자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국적이 불명확한 시어가 되어버린다거나 안면인식이 어려운 시가 되어버리는 경우일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발끝만 내려다보면서 손바닥을 펴서 네 심장에 갖다 댈 때 눈 속의 지진 지진계처럼 떨리는 속눈썹, 속눈썹은 속마음을 은유한 시어이며 나는 그림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몸을 웅크린다. 바닥을 지향하는 마음이겠다.
눈사람의 혈관에는 얼어붙은 피가 고여 있다. 모래 알갱이가 덕지덕지 붙은 몸으로 거센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눈사람 인지도 모르겠다. 시 공부하는 사람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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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대로 된 감상문에 열심히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녹아 없어 질지 모르는 . 안면인식이 안되는 시어를 오늘도 만지작 거리며 붙엿다 떼엇다를 반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쁘게 맑은 마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숭오님~~~
눈사람이 오기 전에 녹지 않는 시어를 뭉쳐 눈밭에서 마음껏 시를 던지며 놀고 싶은데.......
숭오님 감사합니다~~~^^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맞네요....눈사람, 눈밭에서 놀기 앞서 그 눈사람
시어를 뭉쳐 시를 만든 눈 사람
눈 사람과 눈 밭 좋은 표현입니다. 공부가 되네요....
정말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누님 덕에....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