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뒤편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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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2-08-28 14:02본문
슬픔의 뒤편
=김미정
속들이 무너지고 무너져 새어나온
깊이를 묻는 그늘, 흉터만을 남긴다
종족을 알 수 없어서 쓸 수 없는 연대기
드러난 순간마다 무형의 틀에 가려
기다리면 사라질까 한 걸음 뗄 수 없다
배후를 찾아갈수록 외딴섬만 보일 뿐
얼띤感想文
시조다. 시제가 슬픔의 뒤편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슬픔은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인식된다. 뒤편이니까 작가를 대변하며 슬픔은 독자를 대변한다. 시조 1연은 시의 인식 부재를 대변하며 2연은 인식 부재를 바라보는 존재의 인식이겠다. 너는 그렇게 왔다 갔지만, 나는 여전히 이 외딴섬에 머물 듯 그대로 있었다. 시인이 경상도 사람인 듯하다. 시조의 고장 청도와 영천, 대구는 다른 어떤 고장보다도 시조의 텃세가 강하다.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도 청도 민 선생님과 또 여러 시인께서 자주 오시기도 한다. 책을 샀는데 시조 집이라 한 수 필사 해 보았다.
예전에 7.5조 율격으로 시를 참 많이 썼는데 그 생각이 잠시 또 스쳐 지나간다.
6.崇烏
잔은 커피를 본다 커피 없는 밤 잔밖으로 흐르는 달을 보다가
서쪽으로 기우는 이 밤 따라서 그간 무엇을 했나 무심한 사람
완강히 거부했던 동쪽의 나라 단지 그 등만 보고 무엇을 했나
잔 끝에 앉은 새떼 죽은 눈동자 헛헛실실 허공에 묻은 이사람
7.崇烏
곳곳 스며 나왔다 기약 없는 길 한 명씩 시궁창을 드나들었다
간밤 알까놓은 쥐 그 쥐를 잡고 두들겼다 벌겋게 눈을 뜨고서
번개가 가고 쌓은 깨끗한 시체 모조리 묶어터널 안쪽에 넣고
입구 빠져 나왔다 하늘 한쪽에 깨진 파편이 아직 보고 있었다
43.崇烏
산 것과 죽어가는 샛노란 밭에 지나간 발굽 보며 핥아먹는다
세상 일 엮었다면 피할 수 없는 깃도 바람결 따라 누운 솜털에
벼룩도 안되는 먼 거리를 두고 깊은 그늘에 웃다 다시 보다가
어딘들 양지바른 산길 있을까 흔적도 엮어보면 살길도 있지
44.崇烏
빌딩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다 색상 다양한 지붕 올려다 본다
변함없는 자세로 봉지를 열고 내모르는 계절을 욱여 넣는다
단풍이 곱게 내린 마당을 본다 다닳은 지붕 위에 다씻은 눈을
여름은 잊지 못해 꿰매놓는다 다젖지 못한 발이 죽 걸어간다
45.崇烏
길은 막혔다 원래 있었던 길이 말은 하여도 글은 쓸 수 없었던
한쪽을 읽고 다시 한쪽을 보면 깜깜 난수표 한 장 읽지 못했다
어쩌면 미리보는 막힌 골목길 훤히 뚫을 수 있어 하늘 맑다면
인생 백년 아니라 몇 백년이라 봄까지 다시 피어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쓴 시가 무려 천여 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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