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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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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아무 날의 도시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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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98회 작성일 22-08-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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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의 도시

신용목

식당 간판에는 배고픔이 걸려 있다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

어스름이 내렸다 거리는 환하게 불을 켰다

빈 내장처럼

환하게 불 켜진 여관에서 잠들었다

뒷문으로 나오는 저녁

내 머리 위로도 모락모락한 김이 나는지 궁금하다 더운 밥이었을 때처럼

방에 감긴 구불구불한 미로를 다 돌아

한 무더기 암호로 남는 몸

동숭동 벤치에서 가방을 열며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내과술에 대해 생각한다

꺼낼 때마다 낡아 있는 노트와 가방의 소화기관에 대해

불빛의 내벽에서 분비되는 어둠의 위액들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너를 잊었다 너를 잊고 따뜻한 한 무더기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한 바닥씩 누운 배고픈 자들이 아득히 별과 별을 이어 그렸을 별자리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

거리는 환하게 어둠을 켰다 빈 내장처럼

약국 간판에는 절망이 걸려 있다

얼기설기 맞추기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이 시대의 배고픔이 절망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늘 같은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 오고 사람들은 건널 수 없는 도로위를 무작정 걷고 있다. 위장을 잘라내는 내과술은 다이어트 용이 아니라 배고픈 자들을 위한 위절제술로 바꾸고싶은. 더운 밥이 있는 식탁으로 서둘러 퇴근을 할 수 있는 일상의 평범함이 절실한 시대다. 난 일자리가 없고 밥이 궁색해 지는 저녁에 웅크린채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다, 가스활명수를 사러가야겠다 체기가 도지는 것을 보니 밤이 까탈스럽게 굴것 같네.


추천1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 날의 도시
=신용목


식당 간판에는 배고픔이 걸려 있다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 어스름이 내렸다 거리는 환하게 불을 켰다 빈 내장처럼 환하게 불 켜진 여관에서 잠들었다 뒷문으로 나오는 저녁 내 머리 위로도 모락모락한 김이 나는지 궁금하다 더운 밥이었을 때처럼 방에 감긴 구불구불한 미로를 다 돌아 한 무더기 암호로 남는 몸 동숭동 벤치에서 가방을 열며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내과술에 대해 생각한다 꺼낼 때마다 낡아 있는 노트와 가방의 소화기관에 대해 불빛의 내벽에서 분비되는 어둠의 위액들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너를 잊었다 너를 잊고 따뜻한 한 무더기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한 바닥씩 누운 배고픈 자들이 아득히 별과 별을 이어 그렸을 별자리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 거리는 환하게 어둠을 켰다 빈 내장처럼 약국 간판에는 절망이 걸려 있다

    얼띤感想文
    식당 간판과 약국 간판은 동질의 성질을 가지지만 약간 다르다. 가령 식당 간판이 원판의 성격을 지녔다면 약국 간판은 후속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약국은 약국弱國의 개념으로 말이다.
    식당 간판에 배고픔이 걸려 있다는 말은 존재의 갈망이며 신호등은 시의 인식과 부재를 가르는 신호작용으로 장치한 부속물이며 거리는 시적 주체와의 간격을 말한다. 그러니까 환하게 불을 켰다는 말은 환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뜻으로 보면 좋겠다. 환하게 인식했다고 보아도 무관,
    빈 내장처럼 환하게 불 켜진 여관에서 잠들거나 뒷문으로 나오는 거 저녁 내 머리 위로 모락모락 김이 나거나 방에 감긴 구불구불 미로를 다 돌아 한 무더기 암호로 남는 몸 가방을 열며 내가 가지지 못한 내과술에 대한 생각, 가방의 소화기관에 대해 불빛의 내벽에서 분비되는 어둠의 위액은 모두 시를 인식해 들어가는 상황묘사며 시의 인식과 더불어 나는 너를 잊었다.
    그리고 시를 쓴다. 따뜻한 한 무더기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은, 그러나 바닥에 누운 것들은 별과 별을 이어 그렸을 법한데 저 암호는 너무 쉽다. 거리가 환하게 불이 켜져야 하지만, 오히려 어둠만이 밀려온 세상, 정말 빈 내장처럼(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그러니까 속 다 들어내 놓고 썼지만, 누가 이 시를 바라보는 이 어디 있을까! 절망이 걸려 있다.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님 거저 제 나름의 감상문입니다. 주신 시와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신용목 시인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이라...반갑게 읽었네요...
저녁 편안한 시간 되시길요....감사합니다.

김재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두스름한 아침에 커피한잔이 정신을 맑게 하네요
시 한편에 두개의 감상문 참 좋네요  어리숙한 제 글에  명징한 뜻을 달아주시니 제게는 알사탕이 입안으로 쏙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계속하면 참 좋은 공부가 될것 같네요  숭오님~~  고맙습니다~~^^
아침에 듣는 왈츠는 참 신납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에는 맞고 틀리고는 없는 듯합니다. 누님^^
저도 시 읽다가 자주 체합니다. 언제 약국, 까스할명수 한 병
사다 주셔요....까스할명수 좋아해요...ㅋㅋ
둘째 놈이 방금 모과차 한 잔 끓여다 주네요.
정신차리라는 뜻으로 갖다 주는 듯 그리 보이네요.ㅎㅎ
늘 우둘투둘하다보니...요....오늘도 멋진 시 감상문
하나 올려주이소...저도 공부가 많이 되어요. 누님 감사합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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