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온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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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2-09-02 19:52본문
눈물이 온다
=이병률
왜 눈이 온다, 라고 하는가 비가온다, 라고 하는가 추운날 전철에 올라탄 할아버지 품에는 작은 고양이가 안겨 있다 고양이는 이때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할아버지 어깨 위로 올라타고 사람들 구경한다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울기 시작했는데 울음소리가 컸다 할아버지는 창피한 것 같았다 그때 한 낯선 소년이 주머니에서 부스럭대며 뭔가를 꺼내 작은 고양이에게 먹였다 사람들 모두는 오독오독 뭔가를 잘 먹는 고양이에게 눈길을 가져갔지만 나는 보았다 그 해쓱한 소년이 조용히 사무치다가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안으로 녹이는 것을 어느 민족은 가족을 애도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할 때 옷깃을 찢어 표시하고 어느 부족은 성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성기의 끄트머리를 잘라내면서 지구의 맨살을 움켜쥔다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심장에 쌓인 눈을 녹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에 등불을 켠다
鵲巢感想文
지금 이 시를 바라보는 나는 눈이다. 한 개비의 눈, 한 개비의 비다. 시를 읽는 것은 전철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할아버지 품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나 그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 해쓱한 소년이나 그리고 어느 민족은 가족을 애도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할 때 옷깃을 찢어 표시하고 어느 부족은 성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성기의 끄트머리를 잘라내면서 지구의 맨살을 움켜쥔다거나 하는 것은 시 인식의 과정과 묘사다.
추운 날 전철에 올라탄, 고정불변의 운반체계와 전혀 움직이지 않을 거 같은 저 고철덩이에서 오는 눈물을 어느 쪽은 심장에 쌓인 눈을 녹일 것이고 어느 쪽은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에 등불을 켜겠다. 해쓱한 소년처럼 더는 해쓱해지기 어려울 때 바짝 마른 뼈 하나를 건져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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