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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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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되는 춤으로부터 =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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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회 작성일 22-09-0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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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되는 춤으로부터

=이제니

 

 

    멀리 성당의 첨탑에서 저녁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 들려온다. 열린 창 너머로 어스름 저녁 빛 새어 들어오고. 마룻바닥 위로 어른거리는 빛. 움직이면서 원래의 형상을 벗어나려는 빛이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속삭이는 옛날의 빛이 있다. 사제는 한 그릇의 간소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장 낮은 자리로 물러나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화면은 다시 정지된다. 일평생 봉쇄 수도원의 좁고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유폐한 채 기도에만 헌신하는 삶. 너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기도가 누구를 도울 수 있는지 묻는다. 화면은 다시 이어진다. 너는 책상으로 가 앉는다. 맞은편에는 비어 있는 의자. 비어 있음으로 가득한 의자. 책상 위에는 먼 나라에서 보내온 엽서가 놓여 있다. 엽서는 북반구 소도시의 풍광 사진을 담은 것으로 단단한 얼음을 도려낸 듯한 작은 호수가 펼쳐져 있다. 한때의 죽음과도 같은...... 호숫가에는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어딘가로 가려는 동시에 어딘가에 멈추어 서있다. 멈추어 있는 채로 움직이고 있는 자전거 바퀴의 빛살이 아득히 눈부시다. 언젠가 너를 눈멀게 했던 호수의 빛.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남몰래 몸을 던지려 했던 깊고 쓸쓸한 물결의. 엽서 곁에는 작고 검은 돌이 몇 개 놓여 있다. 검은 돌......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있는 작은 돌. 돌의 표면 위로 무언가 흘러가고...... 돌연 가슴을 두드리는 슬픔이 지나가고...... 돌은 다시 발견된다. 돌은 그제야 제자리에 놓인다. 발견되는 돌 이전에는 발생하는 눈이 있었고. . 바라보는 눈. 바라보면서 알아차리는 눈. 알아차리면서 흘러가는 눈. 흘러가면서 머무르는 눈. 머무르면서 지워지는 눈. 지워지면서 다시 되새기는 눈. 너는 엽서의 뒷장을 펼쳐 읽는다. 끝없는 설원의 가장자리로부터 한 사람이 베일 듯 걸어 나온다. 얼음의 꽃으로부터 향기를 간직하려던 사람이여. 너는 이미 죽은 스승의 전생의 어머니이다. 몇 겁의 세월을 지나 이름 없는 여인이 낳은 구슬픈 눈을 가진 어린 린포체이다. 순간...... 마룻바닥 위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설원의 어린 짐승이 지나가고. 너는 네가 가보지 못한 곳의 겪지 못한 형국을 한눈에 다 바라볼 수 있다는 기이한 착각 속에 빠져든 채로...... 맞은편은 여전히 비어 있다. 비어 있음으로 가득히 비어 있다. 의자에 앉은 너는 끝없는 설원 위를 끝없이 걷는다. 고행이라도 하듯이. 앞서 걸어가는 네 자신의 옷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가듯이. 정지된 화면은 다시 재생된다. 기도를 마친 사제는 책상으로 옮겨 앉아 먼 나라의 슬프고 아픈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빛이 먼지를 지우고 있습니다. 밤이 어둠을 돕고 있습니다. 사이...... 푹푹 눈밭에 빠지는 발소리가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들려왔기에. 너는 의자에 앉은 채로 걸음을 멈춘다. 눈을 들어 옆을 바라보았을 때. 어느새 작고 어린 겨울 짐승이 네 곁을 따라 걷고 있었고. 너와 어린 짐승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각자의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것은 언젠가 전해 들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와도 같아서. 네가 바라보는 거울 속에서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볼 수 있다는 찰나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로서. 너는 작고 검은 돌 위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한 얼굴을 발견한다.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무수히 떠오르는 몸짓들. 빛과 어둠의 경계 위에서 흩날리는 입자와 입자 사이의 흐느낌 속에서. 잊고 있었던 기억처럼 먼지의 춤이 발생한다. 춤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있었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 이전에는 하염없이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몸이 있었고...... 너는 멈추어 있는 채로 걸어가는 그 모든 사물의 표정과 목소리를 너 자신의 얼굴인 듯 읽어 내려간다. 사이...... 먼 나라의 사제는 온몸으로 세계의 울음을 듣는 사람이 되어 이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더 걸어 들어가고 있었고. 어느덧 너는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설원의 모서리에 도착해 있었으므로. 이제 그만 작별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함께 걷던 작고 어린 겨울 짐승은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었고. 오직 너 혼자만이. 너 자신과 함께. 둘인 동시에 하나인 채로. 하나인 동시에 둘인 채로. 먼 길을 오래오래 홀로 함께 걸어가고 있었으므로. 걷고 걸어도 가닿지 못하는 설원의 빛 너머로부터. 누군가 멀리서 내내 당신을 돕고 있습니다. 춥고 어두운 골짜기에서 들려오듯 문득 서럽고 드넓게 울려오는 네 마음속 한 목소리가 있어. 너는 먼 곳의 얼굴 없는 사제를 네 영혼의 친척으로 여기는 것이다.

 

    鵲巢感想文

    시로서 태어나는 것 유폐한 곳에서 헌신하며 자아를 부르는 행위,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어둠을 몰아내는 행위는 빛을 위한 아니 빛을 부르는 의식이다. 저 멀리 성당의 첨탑에서 저녁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저 종소리처럼 우린 어디에 매여 있단 말인가? 간소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봉쇄한 수도원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먼 북방의 나라에서 보내온 엽서를 한때 죽음과도 같은 저 얼굴을 잊으려 기도할 뿐이다. 한때는 어머니처럼 돌연 가슴을 두드리는 검은 돌처럼 슬픔이 지나고 자전거 바퀴의 빛살에 가르는 저 빛처럼, 눈부신 호수와 같은 작은 돌 그러나 우리는 저 작은 돌 하나를 건져 올리지 못했다. 몇 겁의 세월을 지나 이름 없는 여인이 낳은 구슬픈 눈을 가진 어린 린포체, 그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설원의 어린 짐승이 지나간 것처럼 어쩌면 내가 가보지 않은 곳 어떤 형국을 한눈에 다 바라볼 수 있다는 기이한 착각 속에 빠져든 채로 너는 그렇게 맞은편에 서 있었다. 그러나 비어 있다는 것, 그 비어 있으므로 해서 드넓은 설원을 누비며 허우적거리는 이 밤의 스키장에서 성당의 종소리처럼 밤의 주술적 행사는 어쩌면 시로서 맺게 하는 아니 눈밭에 눈사람을 불러일으키는 울음소리와 그렇게 걸어오는 빛의 눈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고행이었다. 마치 너 자신의 옷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가듯이, 슬픔을 안고 너는 내가 오기도 전에 더 빨리 저 설원의 밭을 이탈하며 달려가는 한 마리 짐승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이 슬픈 각자의 걸음마 속에서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던 한 얼굴의 낯짝 위에 어슴푸레한 빛을 보며 무수히 떠오르는 몸짓과 빛과 어둠의 경계 위에서 흩날리는 입자와 입자 사이의 흐느낌 속에서 기억은 먼지의 춤을 부르고 춤이 있기 전에 먼저 내리는 눈이 있었고 내리는 눈 있기 전에 나에게 돌아오는 몸이 있었다. 이제 그만, 작별 인사를 고한다. 오직 너 혼자만이 너 자신과 함께 둘인 동시에 하나인 채로 하나인 채로 둘인 채로 먼 길을 오래오래 함께 걸었으므로 저 설원의 밭을 너머 누군가 멀리서 너를 도운 것처럼 춥고 어두운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한 목소리가 있어 그것은 네 영혼의 안식으로 오는 먼 친척의 발걸음처럼 내 안에서 부른 마음의 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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