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엔진을 켜둘게*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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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2-09-03 15:41본문
항상 엔진을 켜둘게*
=김이듬
엔진이 커져 있었다
심야 우등버스의 승객은 달랑 나 혼자 “손님 하나 태우고 출발하긴 하나요?” 등받이 뒤에 숨어 김밥을 우물거리는데 “오랜만에 타셨네요.” 운전사가 말을 걸고 “저, 저 말입니까?” “우리 말고 누가 있나요?”
“지지난 주말에도 이 버스 타셨죠?” 내가 며칠 전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김밥과 우유를 먹었다고 저 기사는 말하고 있는데 그가 본 그녀가 나였을까? 네가 알고 있던 모든 게 나였을까?
“한숨 자둬요, 도착하면 깨워줄게요.” “저, 혼자 타고 가니 미, 미안하네요.” 나는 백미러를 통해 그를 보려하지만 보이는 건 내 얼굴뿐 “아무도 안 탔더라도 출발해야 했고 이 막차가 내일은 거기 첫차거든요.”
“처음이야, 떨려.” 너는 라이트 켠다면서 와이퍼를 움직였지 “난 처음이 아닌데, 괜찮지?” 그때도 지금처럼 라디오에선 이 음악이 나왔던가? “기다릴게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둘게” 나는 여기 있는데 단 한 사람 자기만 태우고 강물 속으로 그 운무 가득한 내리막을 달려간 후 너 왜 다시 출발하지 않는 거니?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제목.
鵲巢感想文
점심시간 후, 영대 오렌지 골목 CU편의점 건물주께서 전화를 주셨다. 오렌지 골목은 영대 앞, 어느 거리보다 번화가라는 사실, 근데 코로나 터진 후 건물이 곳곳 비었다. 한 2년 비워놓고 보니 이제는 건물주가 직접 나서 무언가 하려는 참이었다. 여전히 거리는 붐비는 데 언뜻 장사하겠다고 뛰어드는 사람이 없으니 비워놓은 건물이 아깝고 커피집이라도 열어놓으면 한 사람 인건비는 나오지 않겠나 싶어 견적을 내보고 싶다는 얘기,
이 건물은 1층 CU편의점만 입점한 상태고 다른 층은 모두 비었다. 주인장 왈, 예전에는 이렇게 비워놓기가 무섭게 타 지역 사람이 서로 장사하려고 건물 달라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 요즘은 전화 한 통씩 오곤 하지만 세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안은 약 50평, 내부공사를 한다면 견적이 만만치 않을 거 같다. 2층 보고 3층도 보았지만, 내려오다 지하까지 있는 걸 보고 지하는 영업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에 내부공사만 주관하는 업체 불러 견적을 내봤다며 한 마디 한다. 1억 달라고 해서 공사하지 않았다며 얘기한다. 가만 생각하니 그 금액은 족히 나올 만했다. 그리 돈 안 주고 어떻게 이 건물을 공사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 엔진이 커져 있었다. 시는 늘 준비된 상황이다. 언제나 다녀간 우리는 당신처럼 준비된 마음이었는지? 준비되었다면 출발하지 그래, 되묻는다. 세상은 항상 준비된 상황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그에 맞게끔 움직였는지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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