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혼자서 가라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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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회 작성일 22-09-03 19:34본문
친구야, 혼자서 가라
=최금진
속편하게 가라, 느타리버섯 같은 암세포가 네 항문을 다 파먹고 이미 내장에까지 뿌리내렸다니 자식 걱정, 와이프 걱정 하지 말고 용감하게, 대한민국 육군하사답게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진격하듯이 그렇게 가라, 나이 서른 여덟이면 피는 꽃도 지는 꽃도 아니지 스무평 전세아파트와 현금 이천만원 남겼으면 됐지 가늘게, 가늘게라도 네 외아들에게 원주 전씨 24대를 넘겨줬으면 됐지 아프다고 돌아누워 애처럼 징징거리지 말고 내가 병실문을 쾅 닫고 돌아서서 나온 것처럼 미련 두지 말고 그깟 생명보험 하나 못 들어둔 거 입을 거, 먹을 거, 다 못 누렸다고 원통해하지 말고 저 밤하늘에 곰팡이 포자처럼 둥둥 떠서 혼자 가라, 주섬주섬 짐을 싸서 이사다니던 그날처럼 저승길 외롭다고 누구 데려갈 생각 말고 돌아보지 말고, 살아서 지겨운 가난, 너 혼자, 너 혼자서, 다 끝내고 가라
鵲巢感想文
너무 속 시원하게 말한 거 같다. 이 시의 주안점은 첫 시작과 끝에 있는 듯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속 편하게 가는 것과 다 끝내고 가라는 것이다. 시는 이것으로 사실,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구질구질하게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그나마, 외아들에게 원주 전 씨 24대를 넘겨줬으면 됐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유전적 형질이다. 말기 암 환자라면 그 자식에게도 어느덧 유전은 되었을 터 물론 선천적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고뇌는 여전히 남아 있을 듯하다. 그것뿐 아니라 전세 아파트와 현금 이천만 원 남겼으면 됐지 않느냐고 친구는 말한다. 물론 많은 재산은 아니지만, 이것도 없이 죽음을 맞은 사람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삶이 조금 남아 있다면 어두운 밤하늘 보며 곰팡이 포자처럼 떠가는 남은 가난이라도 씻었으면 좋겠다.
시인의 시집 속, 언뜻 잡힌 것이 이 시였다. 요즘 경기를 보면, 최악이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보더라도 환율은 역대 최대 갱신을 고하며 무역수지 적자는 몇 달째 이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대외 경제 지표를 보더라도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더구나 태풍까지 북상한다는 소식은 서민의 마음이 더욱 심란하기만 하다. 거기다가 명절은 코앞 닥치고 보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인의 말마따나, 혼자서 가야 하는 길 누가 도와줘 해결될 일 아니다. 하느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무엇이라도 파다 보면 무엇이 일어나겠지, 가만히 있으면 죽음을 맞는 일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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