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라는 문명 =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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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회 작성일 22-09-06 20:15본문
그녀라는 문명
=서상민
매일 그녀는 내게 전화한다 문자를 보낸다 그녀의 목소리는 상냥하고 화를 내는 법이 없다 화내지 않고 나를 닦달하는 방법을 안다 나는 항상 놀란다 주눅 든다 내가 변기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 때도 낮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도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도 그녀는 나를 수소문한다 나는 어김없이 발각된다 그녀가 나를 언제부터 알게 됐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도처에 도사리고 나를 응시한다 나는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녀는 늘 나를 축하해준다 고마워한다 사랑한다 말한다 끝없이 무언가를 선물한다 나는 냉담하다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녀의 문자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나의 눈을 누설하고 나의 뇌를 분해한다 나는 늘 들킨다 그녀의 예민한 촉수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그녀가 나를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는 내가 잊어버린 과거까지 알고 있다 내가 알 수 없는 미래까지 알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그녀에게 묻고 싶다 하마터면 그녀를 사랑할 뻔했다 나의 방심이 나를 분류하는 동안 무성해진 그녀는 도대체 누군인가
얼띤感想文
시라는 문명, 매일 전화하듯 문자를 주고받듯이 나에게 상냥하고 화를 내는 법 없고 그러나 닦달하듯 내 마음을 드러내는 일 그러나 주눅이 들고 변기에 앉아 배설하듯이 쏟아 내는 일이지만, 역시 마음은 한결 가볍다는 사실, 때론 낮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도 어김없이 발각되는 일이지만, 시는 언제나 도처에 도사리는 마음처럼 나를 응시한다. 응시하는 마음처럼 반성하는 마음일 게다.
저녁을 먹었다. 앞집 부부 식당에서다. 지난주 한 주 동안은 둘째와 하루에 한 번은 여기서 먹었다. 오늘부터 정상출근이라며 이제 식사도 함께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오늘 저녁은 혼자서 먹었다. 내일 아침이 걱정이 되어 제육볶음을 가져갈 수 있게 챙겨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아저씨는 국과 다른 반찬까지 곁들여 주신다. 정말 고마웠다. 한 끼 식사값이야 얼마 할까마는 포장에 정성을 기울인 모습이 보여 너무 감사했다.
부부 식당처럼 부부를 본다. 부부가 어찌 저렇게 다정하게 일을 하는지, 그냥 보아도 금실이 좋아 보였다. 이 동네는 밥 집이 서너 곳 된다. 내 머무르는 곳 바로 앞집과 앞집에서 불과 몇 집 거치지 않으면 또 유명한 고미정이 있고 앞집에서 그 아래로 거닐면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밥 집이 있다. 이곳뿐인가! 길 건너 세탁소 앞에 지하 밥집도 있고 그 아래 죽 내려가면 밥집이 또 있다. 밥집만 해도 꽤 된다.
될 수 있으면 밥은 제때 챙겨 먹어야겠다. 한동안, 거의 하루 한 끼만 먹었다. 다른 두 끼는 여타 일로 여타 다른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몸에 좋지 않지만, 너무 안 먹는 것도 몸의 균형을 파괴한다는 사실, 무엇을 먹으면 반드시 운동하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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