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라는 말에 모였다 / 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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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2-09-07 13:57본문
중간이라는 말에 모였다
이서화
중간은 쉽게 도출된다
쉽게 뭉쳐지고 수월하게 흩어진다
각자 끌고 온 거리를 버리는 일은
늘 중간에서 일어난다
다 같이 앞으로, 달려온 곳이
중간이라면
그보다 더 긍정적일 수 없다
우리는 모여서
앞과 뒤를 이야기했다
소리에도 중간이 있다면 고요가 앞일 것이다
누구는 옆으로 끼어들었지만
금방 앞이나 뒤가 되었다
누구는 앞을 목전에 두고
또 누구는 뒤에 퇴로를 두고 있지만
중간이라는 말에 모여선 하나같이
저 뒤쪽에 숨겨 놓고 있다
우리는 모여서 중간을 나누었지만
깜빡하고 중간을 두고 간 사람과
제 것인 양 들고 간 사람을 흉보기 바빴다
앞으로 달려온 중간에서 각자 뒤돌아갔다
그곳 또한 각자에겐 앞이었다
앞은 어디를 향해도 앞이었고
또 어디에도 있었다
얼기설기 맞추기
중간도 가기 힘들다. 악다구니를 해도 늘 밑바닥을 빡빡 기어야 겨우 살 수 있는 시간들이다. 중간~~ 참 좋은 말이다 선두에 서서 욕먹지 않고 뒤처져 무시당하지 않고 이래저래 삶의 처세술로 적당할 것 같은. 이쪽에 붙어 한자리 하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훌쩍 다른 둥지로 날아가면 되는 여러 개의 입과 눈과 귀를 가진 도무지 알 수 없는 형태의 인간이 즐비한 세상에서 중도는 최악의 상황을 무마 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 그래도 중간에서도 한 참 멀어진 자갈밭 짱돌 같은 내가 그들을 향해 던지고 싶은“그만 좀 하지”라는 말이 스멀스멀 올라오네.
마지막 연에서 시는 달려오던 중간을 되돌아가며 앞은 어디를 향해도 앞이라고 한다
“뒤돌아 간다고 물러서는게 아니라 잘못된 부분에서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고 앞을 향할 수 있는 최고 의 방법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이던 앞이던 맨 마지막이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 세상의 맨 앞에 서야 하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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