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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밤의 광장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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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6회 작성일 22-09-08 22:23

본문

밤의 광장

=강성은

 

 

    검고 푸른 밤이었다 길을 걷다 광장에 이르렀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광장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광장은 넓고 고요하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광장의 침묵 속에 한참 서 있다가 광장을 가로질러 작은 샛길로 들어갔다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들과 처마를 지나 불 켜진 창을 지나 교회와 상점들을 지나자 또다시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은 여전히 고요했고 바닥에는 버려진 깃발과 전단지 들이 굴러다녔다 진흙과 피의 냄새가 공기 중에 스며 있었고 어디선가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개 울음소리인지 고양이 울음소리인지 사람의 울음소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에 나는 급히 광장을 빠져나왔다 길은 이어져 있었고 이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불 꺼진 시장을 통과해 학교와 약국과 정류장을 지났는데 내 집은 나타나지 않았다 좁은 골목들과 창문들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자 다시 광장이 나타났다 어둠 속에 시체들이 줄지어 누워 있었다 그들은 내 가족과 친구들과 꿈속에서 보았던 사람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끝에는 내가 누워 있었다 나는 나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는 뜨거웠고 내 손은 차가웠다 죽어 있는 것은 나였다 우리 모두가 이곳에서 죽었다는 게 떠올랐다 우리 모두가 이곳에서 부르던 노래가 떠올랐다 이 광장을 벗어날 수가 없구나 이 노래는 끝나지 않는구나 매일 밤 모든 길은 광장으로 이어졌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그랬다

 

   鵲巢感想文

    연못을 거닐었다 한때 연꽃으로 가득했던 연잎의 밭을 우리는 걸었다 연못 둘레로 비포장도로였던 그 자갈밭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연잎 위에 앉은 청개구리 보며 연못에 뜬 개구리밥까지 손에 닿을 수 없는 연못의 서정, 간혹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는 연못을 걸었다

    연못을 거닐 듯 그렇게 광장을 걸었다 검고 푸른 밤에 그 좁은 골목길을 지나 광장의 침묵 속에 서 있다가 광장을 가로질러 작은 샛길로 들어갔다 미로처럼, 그러나 그곳을 지나 다시 돌아서 오면 광장이었고 광장에 누워 있는 시체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수많은 광장의 군중이 있었다. 시체 끝에 누워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인, 결국 우리는 광장을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매일 밤, 모든 길은 광장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 벗어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더 드러내는 행위에 불과하다. 시인에게 광장은 온갖 병균의 온상이며 실체다. 각종 광장을 꽂아두고 보는 취미는 시인의 일상이며 머리를 식히는 일도 광장에서 한 끼 밥을 먹는 것처럼 벤치에 앉아 보는 것도 저 광장이겠다.

    광장처럼 연못을 거닐었던 때가 있었다. 청도 유등지 연못, 이름도 유등지라니.......흐린 날씨 가운데 빗방울 보며 거닐었던 연못, 따뜻한 손 하나가 연꽃 하나를 건넨다면 연못은 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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