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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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2회 작성일 22-09-10 21:49본문
저 사람
=김행숙
그 해변에는 저 사람이라고 손을 들어 가리킬 수 있을 정도로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저 사람과 저 사람은 동일인으로 모아지기도 하고, 한 번도 스친 적이 없는 낯선 사람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두 번, 세 번, 열세 번을 스쳤어도 기억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저 사람과 저 사람이 한 번도 스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고 나는 다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갈매기를 빌려 모래밭에 앉았다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그 짓을 되풀이, 했던 것 같다. 나에게 해변은......해변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처음에는 기쁨으로 그다음에는 슬픔으로 그다음에는 외로움으로 이끌며 멀어지는 시간의 곡선이다. 외로움이 저 사람의 형상을 잠시 빌렸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 사람 때문이라고, 이 모든 게 저 사람 때문이라고, 누군가 손을 들어 가리킨 곳에서 나는 발각되는가. 그곳에서 나는 어두워지는가.).
鵲巢感想文
우리는 빙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있었다, 처형이 있었고 동서가 있었다. 조카들도 둘러앉아 있었다. 처남이 고기를 쓸며 뒤집은 솥뚜껑에다가 던지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굽기 시작했다. 소맥을 한 잔 했고 소맥이 가장 좋은 술이라며 옆에서 얘기했다. 가을 하늘에 달은 떠 있었고 오늘은 구름도 없었다. 너무 맑은 날이었다. 장모께서 화투를 꺼내 한 판 붙자며 얘기를 했고 장인어른은 허허 이 서방 돈 있나? 하며 껄껄 찼다. 돈은 없어도 화투는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 결코 시간이 많이 필요치는 않았다. 장인어른은 늘 칼칼한 목소리로 한 마디씩 쏟아 붙인다.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 의미도 이제는 알 것 같다. 인생은 단거리 100m 달리기는 아니라는 사실, 지긋이 오래 달리는 어른의 걸음걸이는 나를 참 부끄럽게 한다. 오늘도 포도 몇 송이 땄고 얼마나 팔았으며 앞으로 얼마큼 더 수확할 수 있을지는 장인어른 손에 달렸다. 커피를 오래 했다고는 하지만, 늘 바늘방석이었던 직업관에 대해 나는 무엇을 배웠나! 상 위 올려놓은 포도 한 알 때여 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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