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의 귀 =박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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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22-09-11 14:29본문
발효의 귀
=박해람
가장 밝은 어둠이란 가장 오래된 어둠이겠지요. 난청은 나무를 가두기에 좋은 재료일 것입니다. 수만 장의 귀가 다 떨어진 언덕의 내 정원은 조용합니다. 누구 못지 않게 겸손한 어둠이지요.
소문이란 참 고단합니다. 작대기로 휘적거려 찾은 별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나무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시간이랍니다. 미모의 소문이 발효시키는 귀 서로 얼굴을 흔들어 이목구비를 따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겨울용 외양간과 여름용 외양간에서 바람을 먹여 빈 계절을 기르듯 당신과 나는 평생을 어떤 귀로만 살려 하는군요 소문의 근처들이 머물면 귀는 허약해지고 말 것입니다 가려운 곳들을 긁으면 흰 비행운이 외줄로 쓸쓸하겠지요. 걷었던 소매를 근래에 와서 내리는데 접혔던 흔적엔 예의가 없군요.
소문을 따라가다 나는 영영 지워지고 말 것입니다 악담 기간에 저잣거리가 앉았다 가고 흐르는 것들은 아래의 얼굴로 늙어 가겠지요. 발효되는 풍속과 시속의 맨 마지막 어지러움에게 물어보니 모든 귀들은 꽃의 얼굴로 몰래 진화하는 중이랍니다.
鵲巢感想文
가장 밝은 것은 가장 오래된 것이다. 나를 잘 아는 것은 나와 오래된 것들이다. 가령, 칫솔도 오래된 것이 입안 구조를 잘 알고 오래 신었던 구두도 내 발의 구조에 잘 맞게끔 조이거나 늘었거나 했겠다. 그러나 그 오래된 것들을 바꾸는 행위 또한 난청의 일이며 수만 장의 귀가 떨어져 나간 내 삶의 언덕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의 행위는 겸손이 작용한다. 너를 알고 지내듯 너를 잊고 지내는 것처럼 말이다.
소문은 참 고단하다. 너와 나의 인식에서 오는 작용은 마치 뒷짐을 지고 바라보는 별처럼 어떤 일이기도 하지만, 군불을 지피는 작대기의 몸짓과도 같은 불쏘시개를 다루는 역할 같은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소문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며 서로의 얼굴을 인식하는 과정이며 이목구비를 갖추는 일이기도 하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것, 계절의 단절성과 계속성에서 오는 어감은 실로 크지만 우리는 무엇을 듣기 위한 노력은 있었던가! 마치 소문처럼 비좁은 문은 아니었는지, 말하자면 허약과 실체의 존재성에서 가려운 곳을 긁은 것과 마찬가지로 다만 스치고 지나간 것에 불과한 흔적 같은 것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예의가 없는 일이겠다.
소문처럼 가는 길이라면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는 막히고 말 일이 될 것이며 영원히 지워지고 말 일이 될 것이다. 이는 또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의 긴 시간을 말하며 늙음의 그 자체로 바닥의 발효의 시간으로 가는 어둠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나중 꽃의 얼굴로 진화하는 단계로 거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는 영광이겠지만, 지금은 단지 저잣거리에 내놓은 소문으로 발효의 시간만 가질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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