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일 이전에 겨울이 있었다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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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회 작성일 22-09-12 13:06본문
이 모든 일 이전에 겨울이 있었다
=황인찬
차에서 눈을 뜨면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창을 닦으면 살짝 보이고 깜빡 잠들었구나 밖은 국경 너머 눈의 고장인 듯 아닌 듯 무인지경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 새 하얀 눈은 언제 다 내렸을까 겨울도 아닌데 같이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원래 없었지 또 바깥은 보이지 않는다 창을 닦으면 또 살짝 보이고 눈은 오지 않는다 지금은 겨울이 아니니까 이제 겨울은 없으니까 예전에는 겨울이 있었다 국경도 있었다 안도 있고 밖도 있고 뛰어노는 애들도 있고 좋았다 그때는 눈도 터널도 나라도 다 있었으니까 그런 겨울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저 새하얀 것들은 무엇일까 저걸 뭐라고 부르나 나는 대체 무엇으로 창을 닦은 걸까 또 바깥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모두 하얗다 보이지 않는다 눈은 내리지 않는 것이다 겨울은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인 것이다 그렇다면 저 새하얀 것들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누군가 창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써 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얼띤感想文
이 시에서 사용한 시어는 불과 몇 되지 않는다. 가령 겨울이 가장 눈에 띄며 겨울을 떠올릴 수 있는 새하얀 눈이라든가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의 영역이라고 할까 터널의 작용과 고장을 장치하며 그 경계를 논한 창과 국경 그리고 문으로 표현한 것이 다이며 그 너머에서 오는 눈들과 그 눈으로부터 오는 시의 인식 부재를 공포로 대변했다. 공포이기 전에는 우리는 모두 잠들어 있었으며 역시 바깥은 볼 수 없는 상황, 밀폐된 공간에서 안과 다른, 바깥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죽음의 진행 과정을 한동안 거친 상황을 이 시는 묘사한다.
차는 어떤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을 대변하는 시적 장치다. 물론 시인은 어떤 여행에서 겪은 일로 이 시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나 지면에서 오는 어감은 굳어가는 실체에서 오는 어떤 공포감으로 닿는다. 그것은 기계적이며 반복적인 데다가 꺾을 수 없는 비인간적 사물에 융통성이 없는 인과관계를 낳을 뿐이다. 그러므로 아득하다. 그러한 것을 어쩌면 시인은 무인지경이라 표현했다. 밀폐된 그 공간에서 죽음의 눈동자만 저 창밖을 바라보는 현상, 그러나 아무도 없다. 숨소리마저 내기 어려운 현실적 공간 안에서 겨울처럼 닿는 외부, 겨울로 표기해서 말이지 그것도 이 세상에 없는 계절 인양 부러진 것, 꺾어 이을 수 없는 새하얀 표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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