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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원어 =안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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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회 작성일 22-09-14 16:38

본문

원어

=안태운

 

 

    다른 날씨가 된다. 다른 복장을 하게 되고 그는 다른 일과를 보내려 합니다. 밖으로 나갑니다. 오래된 외투를 걸친 채로.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거리에는 다른 움직임들이 우글대고 있다. 무언가 손에 닿는다. 익숙한 질감이 느껴진다. 주머니 속 그것은 작년의 낙엽일 것이고 그러나 지난 일은 쉽게 정돈되지 않는다. 그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건물이 보이고 있었다. 그곳은 관청이었고 이전에 들어가 본 적 없는 건물 속으로 그는 들어간다. 계단을 오른다. 오르면서 낙엽을 풀어 놓는다. 다 오른 공간에는 빈 의자가 있다. 빈 책상이 있다. 더 조용했던 흔적만이 놓여 있었고 하지만 그는 그곳에 앉게 된다. 책을 읽게 되었다. 간혹 계단을 바라보면서. 그는 낯선 언어로 된 문장을 읽고 있다. 이해하려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낙엽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전부터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밟지 않는다. 낙엽은 변색되지 않는다. 손상되지 않는다. 무사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원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책을 덮는다. 나는 쓰던 공책을 덮고 있다. 그는 낙엽을 도로 줍는다.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다른 곳에 풀어 놓을 겁니다. 그는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낙엽을 밟고 있었다.

 

    얼띤感想文

    시제 원어는 가공하지 않은 물고기로 보는 것이 맞겠다. 번역하거나 고친 말의 본디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상자에 매인 어떤 물고기의 움직임을 묘사한다. 갇힌 세계는 그냥 열어놓은 상대의 눈빛을 읽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다른 날씨처럼 온도를 느끼며 다른 복장으로 걸어온 저 사람, 그러나 그 인간은 오래된 외투처럼 껴입은 듯 속마음을 쉽게 풀어놓지는 못한다. 마치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것처럼 손의 움직임은 쉽지 않아 보였다. 거리만 우글대며 어떤 정리나 정돈 같은 질서를 옹립하기에는 아직 멀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시는 인식의 단계로 접어든다. 마치 손이 닿은 것처럼 익숙한 질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직도 정돈은 어렵고 계속 움직이고 있으나 건물이 보이고 있었다는 얘기, 그러다 다시 빈 의자가 있고 빈 책상만 놓였다. 이러한 반복을 읽으며 시는 결말로 닿는다. 결말에 책과 공책의 비유는 왠지 신선하게 닿았다. 그는 책을 덮었지만, 바닥에서 올려다본 너의 얼굴은 역시 공책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으로 말이다.

    지금 잠깐 기획사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글을 읽고 있다. 대학가 앞이다. 천마의 교문이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거리다. 저 꽂은 빨대 쏘오옥 빨려 드는 느낌 검은 액체의 혀 발린 소리로 풀어놓은 이 가을의 냄새를 잠시 느꼈다. 그의 입 냄새가 순간 밀려왔다가 나가버렸다. 여전히 앉아 있는 저 얼굴은 우울한 동공으로 동공洞空만을 걸어갔다. 동공은 각종 얼룩으로 도배되어 검은 액체에 씻겨 나가고 있었다. 마치 오래 묵은 때가 흘러내리듯 땟국물로 점철된 이 거리에 향만 오른다. 달짝지근한 너의 몸굿과 너의 다 풀린 동공에 덧칠한 냄새가 가라앉는다. 퉁퉁 불은 바닥을 거닐며 이 질퍽한 흡인력에 장화의 밤송이들 아직도 뜨지 않은 너의 녹슨 동공의 얼룩을 들고 가는 저 검은 액체에 하얀 돛처럼 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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