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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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회 작성일 22-09-15 17:37본문
풀리다
=이병률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이었다 산사에 불공드리러 온 듯한 할머니 내려가는 길이 위태롭다 하여 나란히 보폭을 맞춘다 할머니가 쉬면 나도 쉬고 나무도 쉰다 할머니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나도 내리막길을 뒤따라 내려가고 계곡물도 내려간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쉬던 할머니가 갑자기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아무 말 없던 분이, 첫마디가 그랬다 나는 무엇으로 찍어드려야 하나 망설이다 휴대전화를 달라고 말하지만 그런 거 없다고 하신다 옷매무새를 만진 할머니는 자세를 정하고 나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 어떻게 전달해드릴까요 아드님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그리로 보내드릴까요 찍었으면, 됐다. 무릎뼈를 저 위에 두고 왔던가 그 소리에 나는 그만 엉켜 있던 체기가 풀린다, 풀린다, 풀린다
얼띤感想文
체인사업도 만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커피도 경기 따라 움직였고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도 젊을 때와는 다르다. 몸이 늙어 가고 있고 의욕도 준다. 보험도 초창기는 꽤 잘 나갔다. 그러나 고객도 늘 주어진 대로 있지는 않다.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 그 일도 사람에 따라 사향 길에 접어든다. 누굴 탓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인생도 한창 잘 나갈 때 내리막길을 생각해야 하듯이, 순간순간 오는 찰나를 나는 어떻게 포착하며 기회와 탈피를 반복했든가!
일에 너무 매여 살 필요는 없다. 그런대로 주어진 대로 마감하며 살아야겠다. 시작보다는 마감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가을 하늘 맑은 것도 보고, 비가 오면 비 오는 것도 멍하게 쳐다보면서 말이다. 저 위에 무릎뼈 좀 더 살피고 좀 더 얘기하며 좀 더 함께 있는 시간을 좀 더 마련해 보자.
변기 수리업자가 다녀갔다. 오십 대 중후반쯤 되어 보였다. 키는 나이대 비해 좀 커 보였다. 무거운 변기를 들고 내리고 작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했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 보기도 힘들다. 이런 궂은일, 할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 일은 그렇고 어머님 모시고 내 머무는 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또 안 가시려는 어머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힘도 들고 여러 일은 막혀버리지만,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후에 반찬가게에 들러 반찬 몇 가지 샀다. 영대 주문이 있어 배송 다녀오고 대구 택배 보내야 할 것은 택배로 보냈다. 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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