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등으로 섬을 만지는 시간 =이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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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회 작성일 22-09-16 22:11본문
누워서 등으로 섬을 만지는 시간
=이원하
빨래를 하려고 일어났다가 오랜만에 쏟았다 내가 하도 울어서 바다가 생겼다 멍든 물을 뒤지다가 바람을 쓰러뜨렸다 파도도 내가 그랬다 온통 평상인 섬에서 마음을 들키며 살고 있었다 향기 없이 무게만 남은 것들을 모아 무너진 가방 속에 막내로 넣어두는 일을 하였다 향기가 없는데도 가방 안에 잘 담겨서 쉬운 일이었다 평상에 누워 전신을 떨 때면 구겨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늘 땀도 조금씩 났는데 한국식 땀은 아니었다 혼자인 모습을 바지 추켜올리듯 추켜올렸다 하루종일 숨어 지낸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밖엘 나갔고 누군갈 만났지만 말을 별로 하지 않았으니 숨어 지냈다고 할 수 있겠다 음악이 입을 다무는 저녁 일곱시 눈에 경련이 왔고 한 사람의 얼굴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나 알아보지 못했으므로 섬의 뿌리를 파먹었다 나방을 먹는 느낌이었다 저녁 일곱시 섬은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얼띤感想文
시어를 유심히 보면, 시적 세계관에 몰입하게 한다. 가령, 빨래의 개념에서 오는 느낌은 내 온몸을 빨고 싶은 감정이 일고 바다의 개념을 보면 저 넓고 넓은 물의 세계에 어떻게 닿을까 하는 망연자실 같아도 멍든 하루가 있다면 물을 뒤지기도 쉬우며 거기서 일어나는 파도는 또 한 자락의 치마처럼 닿는다. 섬이라는 개념에서 오는 안식의 자세 같아도 내가 쉴 수 있는 것처럼 혹은 네가 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수평에서 좀 더 튀어나온 주거의 오두막 물론 시적 세계관에서 읽는 그 오두막, 향기와 무게에서 오는 그 저릿한 내면의 세계와 무엇을 담아도 표 나지 않는 가방 속 일을 나는 매번 해왔다. 시는 역시 한국식으로 닿지 않아도 이국적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하루 종일 숨어 지낸 것 같아도 나 같은 놈 만나면 오지기 덜어내어 턱뼈 다 뭉개지도록 허벌허벌 지껄여 보기도 하고 그러다 일어나는 경련과 그 시각 일곱시, 벌떡벌떡 섬의 뿌리를 파 먹곤 한다. 그건 말아야 나 방 같아 누가 니 방 이래 나 방이지, 그러니까 섬은 신학기가 되는 거야, 잘 놀다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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