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박해람
페이지 정보
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2-09-16 22:42본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박해람
바람이 불고 조등이 흔들린다. 어느 상가에서 북적이다 가는 중일까 여름비에 꽃 조등 다 떨어져 있다 뒤늦은 괜히 떨어진 꽃송이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장마는 물의 소리만 키워 놓았다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는 긴 끈 같은 물소리 오늘 그 끈에 목을 맨 이가 있는 마을에 있다 왁자한 집의 대문 옆에서만 핀다는 저 등(燈) 어지러운 획(劃)들이 씨앗처럼 베어 나와 검다 저 왁자한 며칠은 죽은 이로부터 빌려 오는 기간이 아닐까. 그사이 음식과 나무젓가락은 늙거나 수척해졌다 잠잠해진 물소리를 끊어다 망자를 꽁꽁 묶는 아침 저 꽃 하필이면 죽은 이의 시간에 피어 허름한 비에 젖다 가는지 삼일장(三日葬) 동안 집집마다엔 누런 물소리가 가득해서 목이 다 쉬었다. 한밤 물길을 끊으려 둑길에 나왔다가 이미 흘러간 끈을 감으려 따라간 귀를 기다릴 뿐이다 귀 없는 검은 돌이 오래 앉아 있다. 구불구불 오래 흘러갈 끈 허공의 편도에 어두운 구름이 후진으로 산을 넘어간다. 늙은 음식들도 다 바닥나고, 슬픔 같은 건 이미 다 상했다 불 꺼진 꽃을 꺾어 가는 사람이 있고 열 개의 발가락이 다 젖어 있다
鵲巢感想文
호상(好喪)=鵲巢
문을 나섰다 검은 아스팔트를 밟고 걸었다 캄캄했다 마트 지나갔다 마트 사장님은 바깥에 나와 담배를 피웠다 막창집도 지나갔다 갓등 홀로 서까래에 덩그러니 매달려 거리를 밝혔다 근래 개업한 중국집을 지나, 옥돌이 가득한 입 꾹 다문 콘크리트 건물에 닿았다 문 열었다 추억 속에 그 사람도 그랬다 그 사람은 지나갔다 말 못 하는 이 가슴을 헤아려줘요 그렇지만, 나는 나를 맛볼 수 없었다 나 그대 믿고 따라가리, 이런 건 정말 싫었다 모두 미쳤나 봐 그런가 봐, 우이~ 우이요, 우이~ 우이요, 날 내버려 둬, 마음 아팠다 나빠, 그녀는 나빠, 아빠 이제 나를 가져봐, 아파했으니까! 너도 알고 있잖아! 모두 지워버려, 마지막 순간까지 제로가 될 때까지 꾹 참고 앉아 있자 좋아해서 미안해, 좋아해서 미안해, 나는 그대를 좋아하고 있어요, 거짓말처럼 들렸다 에어컨은 여태껏 틀고 있었다 호상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