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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石魚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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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회 작성일 22-09-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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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魚

=윤의섭

 

 

    계곡을 돌아나온 바람 끝에 폭포 소리가 묻어 있다 예민해진 귀는 푸른 물빛을 느낀다 느지막한 휴일 오후에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는 울고 있었다 언제부터 외로웠냐고 묻자 이번 생부턴 아니었을 거라며 수화기를 일세기에 걸쳐 내려놓는다 물소리는 점점 커졌다 용케도 폭포가 메마를 철을 피해 찾아온 것이다 지난 가뭄에 다 말라붙었어도 물길은 지워지지 않아 사막의 와디 같은 山客들이 여기저기서 합류하고 있었다 그들은 계류를 따라 세워진 돌무더기에 돌멩이를 쌓으며 소원을 빈다 자신들의 운명을 타고 난 별을 옮기는 중이다 사자자리 황소자리 처녀자리 물고기자리 물병자리가 지상에 그려지고 돌탑이 높아질수록 소원은 하도 간절하여 별을 얹는 동안 한 생애가 흘러간다 그 후로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알리는 것과 알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십년을 헤어져 있다가도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십년을 견딜 수 있는 세속의 情理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아침마다 얼굴을 봐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니까 그럴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달을 주워 온다 달을 손바닥 위에 얹어 놓고 조금씩 사그라져 감쪽같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바라본다 가끔은 엄한 자리에 달을 놓아주기도 한다 미끄러져 달아나는 눈썹달의 지느러미가 흐릿하다 달을 들고 나는 울고 있었던 것이다 폭포 아래 용소에 石魚가 산다는 소문은 내게 간신히 전해졌다 실은 물속에 시퍼런 돌덩이가 잠겨 있을 뿐이지만 흐르는 물살을 거슬러 石魚는 상류로 상류로 헤엄치고 있었다 수 세기를 거슬러 기원전으로 다시 제 나이만큼의 세월 건너 저 자리로 돌아와 외로운 회향을 거듭하는 石魚 온통 푸른 눈물에 잠겨 있는 石魚

 

   鵲巢感想文

    石魚는 민어과의 보구치, 수조기, 참조기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몸의 길이는 40cm 정도이며, 잿빛을 띤 은색이고 광택이 있다. 황해에서 많이 나며 식용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사전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시에서는 조기를 표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속에 시퍼런 돌덩이, 물에 잠겨 있는 어떤 외로움과 고독의 표현이다. 그 고독의 표현으로 수세기 동안 상류로 상류로 헤엄치고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 한 자락이 묻어 있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물론 시인은 전문적인 시 쓰기의 달인이라 石魚石語를 이룬 셈인데 시에 대한 묘사가 볼만하다. 계곡을 돌아 나온 바람 끝에 폭포 소리가 묻어 있다, 이를 듣는 귀는 푸른 물빛을 느낀다. 물의 움직임은 푸르다. 저 푸른 물빛을 보는 것도 어쩌면 외로움과 고독을 시원히 씻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다. 그러고 보면, 시인들이 왜 돌 같은 글을 쓰고 얽매인 삶을 사는 지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왜냐하면 죽어서도 귀는 살아 그 어떤 울음이 와서 돌을 옮겨놓을지 실상, 그 돌이 석어든 아니든 그것이 사자자리거나 황소자리거나 처녀자리거나 물고기 자리거나 물병자리거나 관계없이 돌탑을 이룬 것들에 대한 하나의 지향점을 바라보는 것 아니 듣는 것으로 움직임을 마치 계곡에 흐르는 물처럼 자연의 생리를 보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십 년을 견딜 수 있는 세속의 情理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이며 어디로 가야 할지 분간이 안 가는 거리 또한 십 년이다. 아침에 얼굴을 보아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이해가 안 된다면, 그건 북극성 주변에 돌고 도는 저 별빛 같은 눈빛에 있다. 다시 언급하자면 사자자리거나 황소자리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외로울 땐 달을 주워 손바닥에 위에 올려놓고 조금씩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가끔은 저 달을 엄한 자리에다가 놓아주기도 하는 시인, 그 달을 보며 흐릿하게 사라지는 눈썹달까지 볼 수 있는 저 울음을 보는 것도 그러나 달을 들고 있는 그 상황은 내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거기에 있다. 나이 들어서까지 골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이 하나의 취미로 고독과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면 눈은 살아야겠다. 눈썹달에서 달까지 이루는 거리에 아침마다 걷거나 뛰어갈 수 있는 한쪽의 분량 석어에서 나머지 한쪽을 찾듯이 그 조기를 구울 수 있는 일과 한 공기 흰 밥에 얹어 먹여 드리는 마음은 어머니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오랫동안 살아 있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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