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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흑백화면 =성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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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2-09-21 22:32

본문

흑백화면

=성윤석

 

 

    시를 흑백으로 쓴다 색을 버리고 덜어내고 긁어낸다 마라토너가 달리기에 중독되어 가듯이 고독도 오래되면 중독된다 거짓 위로들로 가득한 부산함들에 앗기지 않으려 한다 흑과 백으로 나뉘는 집과 골목들 가로등과 바다 파도 색이 숨어 있다지만 색은 믿을 수 없다 그곳에 철로가 놓인다 새 한 마리 깃털에서 푸른 잉크를 흘리며 나뭇가지에 날아 앉는다 나는 아무래도 검은 심장을 가진 것 같다 심장이라는 시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씀으로써 버릴 수 있다 검은 배관 구멍에서 허연 김을 내뿜는 이 도시를 보라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도시의 천장들 기적을 믿지 않도록 설계된 이 도시를 보라 그곳에 강이 설치되어 있다 슬리퍼 수건 물티슈 양말 이것들을 흑백으로 사들고 암 병동 꼭대기로 올라가는 저 이에겐 지금 색이 없다 나는 지금 그간의 우리 동네에서 색이 없는 내 동네로 가고 있다 이곳에선 아무도 울부짖지 않는다 이곳에선 이제 정상도 없다 정상이 그저 그런 것일 뿐인 것을 알아차려 버렸다 이 진술도 진부해 우리가 우는 곳은 우리가 슬픔을 설치해놓은 곳이다 적당히 울지 마라 나는 자꾸 이 말을 듣는다 한 번 울면 다 울어라 이 말까지 들었다 사실 흑과 백은 번진 것이지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흑은 멈추지 않는 색이다 어느 순간에도 착해지지 않기로 한다 그것이야말로 흑과 백이니까 이것은 가질 수 있는 눈이다 또다시 흑과 백으로 나뉘어지는 아침을 맞는다 그리고 그것은 고양이의 시력이기도 하다

 

   얼띤感想文

    시인은 오로지 단도 이도의 색으로 그림을 그려놓는 화백이다. 세상은 바라보는 쪽에서는 늘 흑과 백이다. 색맹이다. 푸르고 파랗고 노란 것이 아닌 고양이처럼 애완묘나 애완견 그것은 희롱에 가깝지만 그것은 마음에 위안을 준다. 그러므로 철로 같은 길을 걸으며 끝없이 사색을 하며 내면의 색을 긁기도 하며 그러는 와중에 골목 같은 길을 걷기도 하면서 가로등 같은 환한 느낌을 거기서 보기도 한다. 흑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저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것들은 장미가 될 것이다. 아니, 까만 배관 구멍처럼 허연 김을 내뿜는 도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힘이 든 하루였다. 우울을 보면 우울해지고 고독을 보면 고독해진다. 검은 심장을 들여다보며 붉은 심장만 생각한다. 왜 죽지 않고 아직 살아 있는가! 저 인간, 양말을 벗어던지고 발을 비비면서 기억이 일어나지 않는 도시의 천장, 내 못난 얼굴이었다. 산악회 회원이 다녀가고 시는 뭔데? 한 소리 들으면서까지 우리 동네와 이곳 어둠의 장소까지 생각하였다. 마라톤처럼 질긴 일에 대하여 정상도 아닌 이곳에서 정상처럼 처리한 결과에 대해서 우울은 우울을 고독은 고독을 썼다. 더욱더 불안한 내일에 대하여 슬픔을 가질 겨를도 없이 흑은 반듯하고 백은 짜증 나는 듯 소문을 숨기고 있었다 시인이여 불안해하지 말거라, 더욱 강하고 더욱 뚜렷하고 더욱 발기한 문장으로 고양이를 바라보아야겠다. 그건 흑과 백의 위치를 떠나 천장의 불빛에 대한 어둠을 밀어내려는 행위, 대나무처럼 우거진 벽에 댕강댕강 자른 붉은 고기 한 점씩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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