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과 택배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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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회 작성일 22-09-21 23:21본문
아이스크림과 택배
=송종규
그는 한 때 미루나무였을 것이다 미루나무는 한 시절 구름이었을 것이다 구름은 한 때 함성이었을 것이다 함성은 수많은 입술들이 쏘아올린 초록,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미루나무 옆을 지나가고 미루나무 위로 한 무리의 구름이 지나가고 온갖 홀씨들이 바람에 나부낄 때 듣는다 함성
그는 한때 공원의 의자였을 것이다 의자는 한 시절 공중에 매달린 그믐밤의 달이었을 것이다 달빛은 파문 달빛은 소요 달빛은 폐허 무심한 듯 쏟아져 내리는 모래의 알갱이들,
당신이 안전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공원의 벤치 곁을 지나갈 때 아이스크림이 손가락처럼 녹아내릴 때,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봉투를 뜯기도 전에 계단이 차오른다 막 도착한, 택배
얼띤感想文
당신이 안전함으로 내가 아직 눈 뜨고 살아 있다는 거, 당신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건 한때의 공원처럼 거기에 놓인 의자처럼 또 그것은 그믐밤의 달처럼 저 달빛은 파문이며 소요며 폐허의 눈동자 마구마구 쏟아져 내리는 모래의 알갱이들이다.
당신과 나, 아직은 죽지 않았으므로
당신이 거기에 있다는 거 얼마나 다행인지, 자꾸 미루는 저 소리 은유처럼 미루나무에 구름으로 나는 떠다녔으니까 그것은 함성으로 내가 지른 것이 아닌, 수많은 구름에서 피어난 수많은 입술이겠다.
더나가 당신은 울고 있겠다. 미루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에, 오지 않는 입술에 아이스크림만 쪽쪽 거리며 빨고 있겠다. 드디어 공원을 지나가고 아이스크림이 손가락(指)처럼 녹아내릴 때, 다시 사랑은 올 수 있을까,
미루나무처럼 앉아 하루를 생각한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붉은 눈으로 바라보는 구름의 한때, 한 구비의 고요와 석류처럼 흐른 이 불치병에 되돌릴 수 없는 시간 한 조각을 미루나무 가지에다가 구름 한 조각으로 널어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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