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애인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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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2-09-22 15:27본문
각자의 애인
=최금진
죽음도 때론 삶과 연애를 하느라 종일 두근거린다 죽음이 이토록 화창하다면 비는 늑골에서 내리고 창문은 제 얼굴을 잊을 것이다
도무지 해답을 모를 때 우리는 각자의 애인을 부장품처럼 몰래 만져본다
개들도 사람의 탈을 쓰고 외로움에 골몰하고 나무들도 땅속에 얼굴을 묻고 길을 구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갔기 때문에 화창하지만 오늘의 날씨는 풍속도 풍향도 알 길이 없다 애인의 손가락에 걸린 반지가 입을 모아 우리의 텅 빈 척추를 칭송한다
먹구름은 어떤 과오도 지우지 못하는 걸레 같고 나는 미납된 고지서처럼 열 번도 넘게 이사를 했다 이사할 때 구인광고를 냈다 애인구함, 묻기 전엔 말하지 말 것, 물어도 답하지 말 것 책임과 연민으로도 이 중증의 쓸쓸함을 부양했다
빗방울이 화분에 대고 독촉한다 꽃 피우지 말 것, 희망을 구걸하지 말 것
각자의 죽음을 각자가 돌본다는 것이 눈부시다 곧 와 줄 것만 같은 내일의 애인을 기다리며 연서의 마침표를 찍는다, 아아, 애인아 가엾어라
얼띤感想文
각자는 각각의 자신이지만, 모서리처럼 닿는다. 아니 모서리를 의식하며 각자를 썼을 것이다. 각자를 보며 우리는 연애하듯 글을 읽고 부장품처럼 들여다보는 각자의 마음을 떠올리며 해답을 찾을 때 우리는 개가 아니듯 얼굴을 땅에 묻은 나무가 아니듯 화창한 날씨를 기대한다.
마치 애인의 손가락에 낀 반지처럼 단단한 약속으로 바라보는 건 각자지만, 각자 속에 서로의 마음을 각자가 들여보는 꼴, 한쪽은 숨기는 쪽으로 한쪽은 찾으려는 쪽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틈새 창문을 비집고 오른 얼굴에 척추처럼 곧은 마음이 있다면 풍속도 풍향도 잊을 뿌리 같은 마음을 새길 것이다.
저기 떠오른 달 같은 얼굴을 보라, 나를 바라봄으로써 이 순간은 달빛에 안도하지만, 저 지나친 과오에 그 어떤 말을 해 줄 수 없는 마치 바닥만 열심히 닦는 걸레로 오고 나는 미납된 고지서처럼 따라오는 발길에 주저앉을 수 없는 상황 기어코 또 이사하고 드디어 애인을 구하겠다고 선언한다. “여기 나를 알아주는 사람 없소! ” 그러나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쓸쓸함과 고독으로 바닥에서 지탱하며 밤하늘 본다. 이 중증의 쓸쓸함을 부양하며,
묻기 전에 말하지 말 것, 물어도 답하지 말 것 그런 자세로 바닥에 닿는 마음에서 거기서 피어오르는 의식을 수확하는 마음으로 다만 각자를 자르고,
한참 뒤, 빗방울이 떨어진다. 인식일까! 화분에 대고 독촉한다. 그러나 이는 빗방울 측 대변이 아님을 화분의 묵음 같은 소리로 말한 것임을, 꽃 피우지 말 것, 희망을 구걸하지 말 것, 여기는 완벽한 세계야 너의 세계를 구축하라고, 그러면서 죽음은 바깥을 내다본다.
각자의 죽음을 각자가 돌본다는 것이 눈부시다. 곧 와 줄 것만 같은 내일의 애인을 기다리며 각자의 죽음에서 마침표를 찍고 시의 세계에 봉착한 너와 나였음을, 아아 불쌍한 애인 어찌 이 속에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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