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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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1회 작성일 22-09-23 22:18본문
광어에게
복효근
네 순한 생살을,
생살을 뜯어먹고도 우리는 즐겁다
술을 마시고 나는
애써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밤 나의 천국은
네가 남기고 간 지옥인 것을……
누군가의, 무엇인가의 전생을 먹고 살아야 하는 비애여
그 죄로 어느 세상에선가
내가 누군가에게 생살을 바쳐야 한다면
나도 내 안에 슬픔이랑
외로움이랑 그런 독을 품지 않아야 할 것을……
꿈벅꿈벅 너는 이 독한 즐거움을 다 관찰하고 있구나
너의 살을 먹으며 왜 내가 아프냐
오늘밤
너와 내가 헤엄쳐갈 저 미망의 바다엔
별마저 뜨지 말아라
얼기설기 맞추기
1962년 전북 남원출생 계간<시와시학>으로 등단 국어교사
싱싱함의 극치일까 횟집에서 아가미가 아직 살아 있는 접시 위를 횟감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회를 안 먹는 것도 아니면서.....
시에서 광어가 독한 인간들의 젓가락질을 꿈벅꿈벅 살아서 관찰하고 있다는 장면이 압권이다. 시인은 자신 역시 광어와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보았으며, 그런 오늘 밤도 세상은 어둡고 진실은 가려지고 정의가 갈기갈기 찢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작은 희망조차 믿지 않는 것 같다. 별이 뜨지 않는 미망에 빠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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