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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흰죽 =김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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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회 작성일 22-09-25 16:52

본문

흰죽

=김예강

 

 

    이 빛 속에 들면 좁다랗고 투명한 긴 잎사귀를 단 나무가 되기도 핏덩이를 갓 받아 품에 들이는 어미가 되기도 그를 내어 숨을 불어넣는, 죽이 비로소 되는, 눈 감은 자들이 보여주는 소리들 아기를 삼키고 내는 천상의 소리들 한 소리를 잡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는 빛, 물이 되기도 바람이 되기도 하는, 죽 한 숟가락을 떠넘길 수 있기까지 마음이 씹어 넘기는 양식이 되기까지 눈 덮인 지붕 아래 잠든 길들이 언어를 잃기 시작한다 지붕은 기억들이 읽고 버린 온기들이 소복이 쌓인다 두드린 문이 조금씩 열렸지만 바람은 열린 문을 다시 닫아버린다 삐걱대다 닫힌 문은 비장한 손에 거머쥔 운명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집에 가는 길, 흰여울 길을 지난다 연일 이어지는 대설주의보 휘저은 죽, 연일 길은 갸르릉 거린다 그러나 돌아가야 할 집, 집에 닿기까지, 이 폭설을 다 맞는다

 

   얼띤感想文

    흰죽을 끓여놓은 시인의 죽을 나는 먹고 있다. 어둠의 바닥에 한 줄기 빛처럼 저 죽을 먹으면 나는 나무가 되고 긴 잎사귀를 달 수 있을까! 갓 태어난 핏덩이처럼 있다가 갓 태어난 핏덩이를 안을 수 있는 어미가 나는 될까, 저 흰죽은 나에게 한 숟가락씩 떠먹이고 나는 계단처럼 숨을 내쉰다.

    내 안의 눈 감은 것들이 비로소 일어나는 시간, 흰죽의 영향에 수평에 이른 모든 천상의 소리가 일어나는 시간, 한 걸음 한 걸음 빛처럼 물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그 하나의 한 걸음은 눈처럼 내리고 어느새 지붕에 쌓이고 마는 길, 그러나 눈 덮인 지붕 아래 잠든 길이 천상으로 오르고 문을 두드린다.

    저 좁은 문을 어찌 통과하나? 눈은 폭폭 날리고 폭설은 폭설을 낳는 그 여린 길 너머 흰여울이면 그때야 당도할 수 있는 집

    흰죽 한 그릇 말끔히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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