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떴다 감는 사람 =권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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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회 작성일 22-09-25 17:55본문
느리게 떴다 감는 사람
=권민경
잘 타서 다시 하얘지지 않은 살갗 무관심 속에 죽어 가던 다육이 모니터는 하루 종일 깜박거린다 흘러갈 뿐이다 결국 괴로워졌다 나와는 달리 창백한 사람들 곁에 두고 화분에 대해 생각한다 물을 줄까? 말까? 나 때문에 울었다지요 반갑진 않네요 그보다 좀 덜 어색해 주시면 안 될까요 낯선 단어 화분마다 꽂아 둔 이름표 쪼그라든다 눈썹이 올라가는 걸 느끼고 오래 지나 다시 눈 감으면 나는 꽃을 바라보고 있다 누가 아끼던 것인지 잊었다
얼띤感想文
당뇨는 참 무서운 병이다. 당뇨병은 자체의 완치법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병, 여기에 고혈압까지 있다면 그건 마치 내 몸에 핀 뽑힌 수류탄 하나 쥐고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매일 어머니 보지만, 또 매일 통화를 가진다. 어머니는 50대에 이미 당뇨가 왔다. 지금은 눈이 어두워 앞을 잘 보지 못한다. 간혹 날이 좋거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조금 다르다. 앞집 친구 어머니는 어머니보다 연세가 낮지만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사망원인은 당뇨였다. 그때가 76세였다.
당뇨가 얼마나 무서운지, 나는 매일 보며 느낀다. 차라리 죽음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을 안겨다 주는 병, 먹으면 당이 오르고 안 먹으면 혈당 부족으로 쓰러지는 병, 몸은 어찌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어디 그것뿐일까, 어데 한 군데 바른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 소식하고 될 수 있으면 많이 움직이는 길밖엔 없다. 살아 있다면, 우린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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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육이처럼 종일 깜박거리네. 그 속에 괴로움도 있어. 화분을 생각하며 울었네. 낯선 단어에 위안을 느끼며 혹여 그것이 꽃에 희망처럼 닿진 않았을까! 외로움으로 포장한 방 안에 어둠을 밀어내는 천이 있어 한 줄기 빛으로 닿는다면 한 사발 오지기 담았을 거네 그러나 가슴만 미어지고 답답한 어둠뿐이라 순간 잡았다가 놓쳐버린 손처럼 저 기어가는 손, 더듬거리는 손, 손잡이 같은 손을 잡고 삐걱거리는 밤 군데군데 담은 바구니에 잃어버린 손까지 맨발로 걸을 수 없는 밤송이 곳곳 피어 있는 밤을 꾹꾹 밟으며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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