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추모하며) 외롭다는 것은 - 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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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2-09-25 19:19본문
외롭다는 것은 / 박일 외롭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모습이며 체취며 추억들이 늘 가슴에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홀로 나니는 기러기를 외로울거라 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황방산 모퉁이 구절초 군락지에 들국화 홀로 피었다 누구를 그리워 하기에 향이 꽃보다 고운 것이냐 외롭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정향(情香)을 내뿜는 경향이 있다 언제부턴가 고향에 계신 노모님에게서도 향기가 난다 안부전화가 늦을수록 그 향기는 진해진다고 한다
박일 시인 2006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봄호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2021 4월 영면에 들다 ------------------------------- <감상 & 생각> 심상(尋常)한 일상 속에서 답보(踏步)하는 언어들에게 다시금 새 생명을 불어넣어, 언어가 상징하는 일상적 감각에서 탈피하려는 시인의 의도가 신선한 느낌이다 <외롭다는 것>은 모습과 체취(體臭)가 깃든 추억들이 늘 가슴에 함께 한다는 점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시인이 전도(顚倒)시킨 언어의 의미 속에서 새롭게 구축되는 감정의 질서를 발견한다 - 이건 정말, 오직 詩人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일상적 언어의 구사(驅使)만으로도,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시인의 손길에서 홀로 핀 <들국화>도 종래의 상품화된 언어로 부터 <꽃보다 향기로운 영혼>으로 무리없이 탈바꿈을 하고 있다 언어의 진위(眞僞)를 구분하는 시인의 이 같은 예리한 시선은 아마도 평소에 시인이 지니고 있는, <걸림없는 詩的 상상력>에 근거하는 것이리라 시인의 언어가 말해주듯 외로운 삶에 허기(虛飢)진 영혼일수록, 그것이 내 뿜는 情香(정향 - 향기)는 더욱 더 진해지는 법 마무리의 소재로 택한 <老母님의 향기> 또한 우리가 흔히 잊고 지냈던 근원적 감정에 새로운 인식의 깊이를 주고, 그렇게 압축된 감정을 더욱 깊은 <그리움의 삶>으로 팽창시켜 읽는 이의 가슴에 전해지는 진한 감동이 긴 여운(餘韻)으로 자리한다
- 희선, Mother's Piano
* 그 언젠가 시인과 통화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이로나, 건강상이나
내가 먼저 가야하는 게 순리인데..
요즘 염라국 행정은 엉망이라는
삼가 冥福을 빌며
조만간, 하늘나라에서
반갑게 시인을 뵐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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