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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곡성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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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회 작성일 22-09-26 21:25

본문

곡성

=서효인

 

 

    어르신들이 삭힌 홍어를 집었다. 나무젓가락 사이에 접힌 검붉은 살점이 달의 표면처럼 거칠었다. 그들은 냄새가 심한 음식을 곧잘 삼켰다. 옆 마을엔 고인돌이 있다.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린 아이들이 원시인처럼 걸었다. 버스 뒤에서 오줌을 갈겼다 벼가 살랑거렸다. 어르신은 혀를 찼다. 요즘 것들은 힘차기도 하지. 입안의 혀가 서해 먼바다 홍어처럼 날아다닌다. 어르신은 침을 흘린다. 마을은 기도원을 품에 두고, 옆 마을의 고인돌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오줌을 누고, 홍어가 침을 흘린다. 사람들은 오래된 모든 것의 냄새를 애써 피하는 버릇이 있다. 아이들의 오줌에서 홍어 냄새가 난다. 어르신은 침을 흘리며 관광버스의 성기를 본다. 버스가 출렁거리며 춤을 춘다. 고인돌을 향해 돌진한다. 턱에 묻은 초장처럼 계곡에 떨어진 버스가 있다. 어르신은 달을 본다. 기도원에서는 기도를 하고, 계곡에서는 침냄새가 난다. 노인은 떨리는 나무젓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고개를 기울이고, 아아...... 계곡이 입을 벌린다. 벼가 살랑거린다. 혀의 백태가 달의 얼굴처럼 거칠다. 관광버스를 들어 올렸다. 칠레에서 수입된 홍어가 철퍼덕 쌓여 있다. 벼가 살랑거린다. 홍어가 좆을 들고 오줌을 눈다. 노인이 기도한다. 모두가 고인돌 밑에서 쉴 새 없이 몸을 부딪치며 씻어내는, 인간적 냄새.

 

    ―서효인 시집 여수(문지, 2017)

 

   얼띤感想文

    시제 곡성哭聲은 곡소리, 울음소리다. 마치 귀신이 우는 것처럼 그렇게 닿기도 한다. 시에서는 실지, 귀신처럼 시어에서 풍기는 냄새와 시어와 시어의 엉뚱한 조합 그리고 거기서 풍기는 시적 교감은 북극성을 향해 나아가는 현란한 춤이겠다.

    삭힌 홍어는 시를 은유한 문구며 검붉은 살점은 어떤 변이한 어떤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달의 표면처럼 거칠다. 그러니까 매끄럽지 않다. 거칠다는 동사에서 홍어와 검붉은 살점의 어감은 사실 가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나무젓가락의 어떤 견고성과 직선에 대한 시적 지렛대는 어르신을 보조하는 수단이겠다.

    냄새가 심한 음식을 곧잘 삼켰다. 그 뒤에 나오는 고인돌은 옆 마을에 있다. 내가 보고 있는 한쪽 옆은 늘 고인돌이 서 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겠고 그런 고인돌의 묶음에서 관광버스로 치환한 언어적 기술 묘미도 볼 만하다. 그 관광버스를 탄 자는 모두 시의 독자며 아이들 같은 학생 같고 그들은 완벽한 걸음마 수준은 아니므로 원시인이나 다름없겠다.

    버스 뒤에서 오줌을 갈긴 행위와 벼가 살랑거리는 것은 시를 읽고 눈밭에 눈사람이 하하 교감의 행위 결과 그 뒤 오는 어떤 결과물은 하얀 밥의 시초 벼다. 어르신은 혀를 찼다. 요즘 것들은 힘차기다 하지, 요즘 시들은 힘차며 당차다. 입안의 혀가 서해 먼바다 홍어처럼 날아다닌다. 그러니까 죽음의 계곡으로 점점 닿는 시적 묘사며 침 흘리거나 기도원을 품에 두는 것 고인돌을 바라보는 것은 시 인식이며 사전처럼 들여다보는 독자의 행위 묘사다. 그 뒤 더 자세하게 묘사한다. 사람들은 오래된 모든 것의 냄새를 애써 피하는 버릇, 가령 최정례 시인의 짜장면이라든가 장롱은 한 번 썼으니까 피하는 것이 좋다. 그 시어를 어디 또 쓴다면 그건 아류며 복제가 아니더라도 싫증 난 글이 되어버리니까 새로운 시어를 찾거나 지어야 하는 쪽으로 본다면 오래된 것들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의 오줌에서 홍어 냄새가 난다. 홍어는 이미 삭힌 고기이므로 거기에 가까운 글이 되었다는 말, 관광버스의 성기를 본다는 것은 성기城基로 보는 것이 맞으며 그러니까 시의 본향을,

    버스가 출렁거리며 춤을 춘다. 고인돌을 향해 돌진한다. 턱에 묻은 초장처럼 계곡에 떨어진 버스가 있다. 어르신은 달을 본다. 이 장면 또한 마치 귀신이 출몰한 듯 그런 곡성으로 연출한 것이지만, 시의 인식과 더불어 시에 좀 더 근원적으로 가까워져 옴을 죽음이라고 표현한다면 그 세계를 묘사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끝에 결국, 벼는 살랑거리며 익어 갈 것이고 혀의 백태는 달의 얼굴처럼 거칠지만, 매끄럽게 나아갈 것이다. 관광버스를 들어 올리는 힘까지, 칠레라는 어떤 소리 은유도 참 잘 쓴 거 같다. 사실, 홍어는 칠레에서 많이 수입되기도 하지만,

    시의 결말은 더욱 재밌다. 홍어가 좆을 들고 오줌을 눈다. 노인이 기도하고 모두 고인돌 밑에서 쉴 새 없이 몸을 부딪치며 씻어내는 인간적 냄새, 죽음의 이행과 홍어에서 홍어로 가는 여행, 조금 속된 표현 같지만, 오히려 시에서 읽으니 더욱 정감이 나는 그 좆과 오줌은 역시 배설의 문화를 잘 표현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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