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광기를 동반한 서정이다 반복처럼 무늬가 환공포증을 유발한다 천장으로 부딪히는 물의 입자가 능숙하다 숙련된 몸짓으로 공기를 찢는 남자가 있다 북소리는 조밀한 공기를 칠 때 파생되는 소리 그러므로 허공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뱃속에 죽은 아이가 있더라도 넘어가야 해 공공화장실에서 태반을 낳았다 집을 잃은 아이는 방황하고 한 뼘의 공간에서 퍼지는 선율이 장엄하다 지하에서 만지는 악기는 태생을 알 수 없다 남자는 조커가 그려진 타투를 했다 싸구려 물감이 그려진 반쪽짜리 몸 절기마다 비가 내리면 주름진 곳이 먼저 아프고 입술과 발뒤꿈치가 말라가는 동안은 어떤 감정으로도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불법이라 며칠째 안 꺼냈던 거야 가른 배에서 죽은 아이가 나왔다 집을 찾아주지 못한 채 비가 그친다 위태로운 방식으로 최초의 내일이 당도하고 어제와 오늘 사이의 공백이 치밀하지 못하다 막대를 잡고 두드리는 곳으로 우는 아이와 웃는 아이가 동시에 태어난다
鵲巢感想文
노란 생머리를 말총으로 묶은 바리스타는 시장의 냉담한 현실에 아무런 관심 없이 검은 커피의 물만 내린다 텅텅 빈 가게를 보면 잃어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잃어버린 얼굴을 보며 방금 내린 커피를 단숨에 마셔보기도 하고 띄엄띄엄 맛을 음미하며 마셔보기도 한다 그럴 때 커피는 더욱 검게 보였고 커피밖에 모르는 현실은 울음까지도 단숨에 마셔야 하는 혹은 띄엄띄엄 그 울음을 음미하며 마셔보기도 해야 하는 일에 이제는 지긋지긋한 것임에도 스스로 안도하는 눈빛을 본다 그래 맞어 커피는 원래 까맸어 그러나 원래 까만 것에 묻었던 그 까만 것에 지각한 일에 삶은 언제나 뒤 따라가 목을 잡곤 했다 그럴 때마다 자세를 바꿔야 하는 지각을 보았고 거기서 굳어버린 꿈과 현실을 또 보기도 했으니까 우리는 늙어 가는 서생에 불과하다는 것도 끝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어 있는 이 사막의 끝에서 열망의 지렛대로 저어 오는 저 심정에 안쓰럽기까지 해서 이미 끊은 다리를 이어 붙여 주고 싶고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연인처럼 계절을 연골로 닿기를 바랐던 건 다만 까만 그 까만 것에 한 잔으로 내어 준 저 긴 말총머리의 바리스타의 냉담한 미소, 맞어 커피는 원래 까맸어 다 내린 커피 한 잔을 서비스하고 저 거름망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찌꺼기 통에 탁 틀어 버리듯 깜깜한 카페에 앉아 의제처럼 마시고 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