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대(輪藏臺) =김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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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2-09-28 12:14본문
윤장대(輪藏臺)
=김성신
삼월 삼짇날은 윤장대*를 돌리는 날 풍경소리 곱발 세우고 산자락은 그늘을 등지고 좌정한다 108배 올리던 법당에서 굽은 허리와 무릎 뼈 석탑처럼 일으켜 세우고 윤장대 돌리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묵은 발원이 한 각씩 깊어진다 상현달 달무리 지는 밤 아이의 울음소리 희미하게 살아나고 안간힘을 토해내던 흑백의 한 생 몸속 경(經)이 된 통증을 한 올 한 올 부풀리니 저만큼 솔바람에 가슴 쓸리기도 해 앞뒤 없는 회한과 갈망은 두 손 맞잡고 배웅하듯 한 곳을 바라보니 이마 위로 맺힌 땀방울 눈물의 동의인양 하염없이 흐른다 더 두툼해질 법문의 책장에 줄 맞추어 반듯하게 들어가 있을 어머니의 비워낸 몸을 나는 가만히 부축하여본다.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얼띤感想文
시제 윤장대는 글자를 모르거나 불경을 읽을 시간이 없는 중생들을 위하여 나무로 만든 책궤, 윤장대를 한 번 돌리면 불경을 한 번 읽은 것과 같다. 자연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다. 풍경소리와 산자락은 그렇게 늘 지켜보고 있듯이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는 살아 있는 시집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도 자식에게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우리 뒤에서 묵묵히 삶을 희생한 노고와 회한은 흑백의 한 생이었으며 몸속 경이 다 이루어 갖은 통증으로 이었을 것이다. 온전한 시집 한 권 그냥 이루어지지 않듯 온전한 삶 또한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묵묵히 받히고 이겨낸 어머니의 마음은 다음 아닌 윤장대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기린
=김성신
안에서부터 밖으로 이어진 동굴 별들이 돌아앉아 별자리를 수놓고 나무와 잡풀을 온몸에 그리고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표정은 묽어지고 발설하던 목소리는 긴 목에 걸려 되새김 중 한 걸음 걸으면 숲을 지나 사막 또 한 걸음 걸으면 바다를 지나 너의 집 계절은 유영을 가로질러 긴 목을 휘청거렸지 빛이 없어도 움직이는 것을 알지요 구름 위의 잎을 따기 위해 바람의 길을 뚫고 더 멀리 더 높게 치켜들면 모가지는 한 뼘씩 자라곤 했지 다리를 떼어낸 구름이 빗금을 쳐 그늘을 들썩이며 이미지를 치켜올린다 그림자를 에운 혼잣말이 복화술로 부푼다 부러질 것 같은 다리, 종유석처럼 솟고 그렁그렁한 큰 눈 사이로 초식의 창살 송곳니 밤에 태어난 짐승은 별자리를 온몸에 새기고 허리가 길고 가는 목을 가졌다 한 번은 엉덩이를 길게 빼고 한 번은 가슴 졸이며 누가 헤집고 들어오는 것일까 어제의 일을 잊은 듯 긴 통로를 헤맨다 겨울이다, 거울처럼 깨질 것 같은 추위 잎들이 사라진 세계에서 지상의 뿌리를 생각하듯 땅바닥에 고갤 처박고 긴 혀를 날름거리며 오늘도 새순을 기다린다 금간 동굴 천장 사이로, 무너트릴 듯 스며드는 가늘고 긴 빛 하나
얼띤感想文
언제나 시작은 어려웠네 무엇이든 한 발짝 떼어놓기까지가 힘이 든다는 것을 너는 그렇게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머리만 자꾸 쓸어 올렸네 자 그럼, 발끝에 구름장 하나 두고 걸을 수 없다니 상상이 가는가 일단 집 밖으로 나가 참 차 키는 들고 가야지 시동을 걸어 한 집은 한 숟가락이야 잘은 몰라도 아는 집은 있을 거 아냐 거기서 시작하면 돼 색깔과 논쟁은 뒤에 묶어놓고 무엇이 필요한지 또 부족한 건 뭔지 물어봐 대답을 안 한다고 이 바보야 바닥 같은 세상 대답도 모르는 이 많아 그냥 멍하니 앉은 세상에 구태여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있겠니 싱긋이 웃거나 차라도 내어준다면 한 잔 마시며 있는 거지 그러다 보면 머리를 지나친 것과 벗어난 것 문밖으로 사라진 것까지 구름처럼 떠다닐 거야 그건 우리 모두가 잃어가거나 잃어가는 가운데 덧 붙이는 것까지 마음을 보태는 일이야 마음이 두꺼우면 풍경은 첩첩 쌓일 거고 노을은 짙어질 거야 그때 오는 서양은 진정 아름다운 거지 저기 저 지는 해 한 번 보라고 더도 덜도 아닌 딱 정량만큼 내어주고 가는 길 그건 우리가 보는 세상이야 나만 보는 게 아니잖아 아직도 모르겠니 마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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