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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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22-09-29 13:40본문
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김언
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나는 토요일에 걷고 있다 너는 눈을 감고 걷다가 나는 너의 눈을 보고 있다 너는 말 한마디 없이 나는 너의 입을 믿고 있다 너는 오고 있고 여전히 도착하고 있다 정지하는 순간 너는 내가 아니다 너는 날짜를 지나서 나는 자정에 도착할 것이다 열두 시 종이 열두 번 울리고 한 번 더 울렸다 너는 바닷가를 걷다가 나는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鵲巢感想文
시인 김언의 시, ‘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한마디로 시 인식 부재를 잘 표현한 시다. 너는 금요일에 걷고 나는 토요일에 걸었다. 너는 금 같은 시간을 시로 닿아보려고 했지만, 나는 이미 바닥의 세계에서 너를 보는 격이다. 너는 말 한마디 없이 나를 보고 있겠지만, 나는 너의 입을 믿는다. 인식의 세계에 와 닿기를 고대하며 바라보고 있다. 너는 여전히 도착하고 있다. 죽음의 시간 죽음의 공간에 어떤 죽음으로 와 있을지는 모르지만, 너는 내가 아니다. 변이다. 그것은 이미 수많은 시간이 지난 뒤였을지도 모르나 나는 다만 자정에 있다. 자정, 자시의 한가운데 자정이며 오염된 물을 맑게 정화한 곳 자정이다. 인자한 마음의 자정이며 모습과 정취가 아우러진 곳 자정이다. 열두 시 종이 열두 번 울리고 한 번 더 울렸다. 네가 이미 닿아 있었으니까, 너는 물고기를 낚으려고 바닷가를 거닐었을 테고 나는 모래 같은 낙타(落打)만 뒤집었을 뿐이다.
오전에 시지 모 카페에 다녀왔다. 엊저녁에 기계 고장이 났다며 전화가 왔다. 아침 일찍 수리했다. 며칠 전, 다른 집 커피를 써보기도 했으나 다시 거래하는 집이다. 아무래도 맛이 영 아니었던 모양이다. 수리비는 받지 않았다. 22.09.29
좌=鵲巢
너는 기계를 뜯고 나는 가만히 있었다 너는 드라이브로 나의 옆구리에 박은 나사 하나를 풀고 있고 나는 너의 손을 믿으며 입 꾹 다물었다 너는 여전히 수리 중이었고 가동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나는 핀 뽑힌 수류탄이었다 너는 공 9통 들고 나가며 나는 아메리카노 한 잔 뽑을 것이다 까만 커피 한 잔에 시럽을 넣는다 너는 쓸모없는 부품을 챙기며 나는 돌아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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