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조 씻기기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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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5회 작성일 22-09-29 16:33본문
구관조 씻기기
=황인찬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의 풍경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을 비춘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마저 실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새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러나 물이 사방으로 튄다면,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긴 복도를 벗어나 거리가 젖은 것을 보았다
얼띤感想文
시제에 쓴 구관조는 찌르레깃과의 새. 크기는 비둘기만 한데 온몸이 검고 자줏빛 광택이 나며 날개에는 커다란 흰 무늬가 있다. 잡식성으로 사람의 말을 잘 흉내 내어 애완용으로 사육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구관조口觀照로 들린다.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그 입을 보는 것,
새는 오른쪽 세계관, 늘 오고 가고 하는 어떤 무리나 꽃들이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의 풍경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 문조는 남의 죽음에 슬퍼하여 상주를 조문하는 것을 말하는데 어떤 한 풍경을 놓고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에서 조금 재밌게 읽었다. 우리는 죽음을 고대하며 기대하며 저 문장을 들여다보진 않았을까 해서 말이다.
도서관은 새의 또 다른 치환이겠다. 어떤 한 문장의 갈구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여러 책을 뒤지며 가는 길 언어는 매일 보며 닦아야 하는 길이기에 쉽지 않은 길이다. 글은 어떻게 나온다고 하지만, 말은 또 어렵다. 세월은 두개골 안 그나마 채워두었던 곡간을 씻기 바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바닥과 죽음의 처지에서 보면, 다문다문 고분고분하다. 다소곳한 봉분이다. 새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하하! 후각적 묘미는 가끔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맡은 아드레날린 같은 것 순간 온몸이 이며 또 낀다. 재밌다. 새는 스스로 목욕한다. 어쩔 수 없는 일, 스스로 와서 스스로 읽고 스스로 자정한다.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이 책을 집어 든 것도 모두 타인의 처지에서 쓴 것, 그러나 물이 사방으로 튄다면 그러니까 시 인식과 변이의 어떤 작용이다. 비닐이나 랩으로 새장을 감싸 주는 것이 좋다며 하지만, 그럴 단계는 이미 지났다. 전에 최정례 시인의 ‘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라는 시에서처럼 배달되기 전에 이미 다른 면발로 불어 있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거리는 더욱 좁혀져 있을 것이고 온통 축축 젖어 있을 것이다.
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재밌다 시가~ 마치 입을 씻고 손을 씻고 깨끗하게 발까지 씩고 나온 기분이다
매일 매일 씻는데도 깨끗해 지지 않는 어느 구석에선가 구관조가 말을 하는 것 같다
머리 속을 한번 씻어보라고.
감상하고 또 느끼고 한번더 보고, 가다가 또 한번더 뒤돌아 보게 하는 숭오님의 감상평 즐감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감사합니다. 누님^^ 그냥 늘 그러습니다.
글이 제겐 위안이라서 좋게 보아주셔요...
주말인데 왠지 슬픔도 있고 고독도 있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