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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 따라 하기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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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회 작성일 22-09-30 16:39

본문

털실 따라 하기

=이수명

 

 

    이 털실은 부드럽다. 이 폭설은 따뜻하다. 이 털실은 누가 던졌기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털실로 뭐 할까 물고기는 물고기를 멈추지 않고 돌아다닙니다. 끌고 가고 끌려가고 이 털실은 돌아다닙니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갑니다. 이 선반 위에는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습니다. 이 폭설은 소원을 이룬다. 폭설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털실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 털실은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갑니다. 아무 형체도 짓지 않습니다. 이 털실은 집어 올릴 수 없습니다. 이 볕은 풀린다. 이 털실은 풀린다. 끝없이 풀리기만 한다. 이 털실은 화해하지 않는다. 그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털실 뭉치를 달고 다닌다.

 

   얼띤感想文

    순간, 어머님이 생각난다. 털실처럼 밤새 어둠을 이겨내시고 혼자 또 저리 말을 이으시는 너는 모를 거다. 혼자 이리 있으면 얼마나 외로운지 넌 모를 거다.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처럼 이것저것 말씀을 놓으신다. 모 시인이다. 외로우신 어머님은 글 안 해도 서럽거늘, 나이 들어 즐길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수단이 있다 해도 눈 어두워 잘 볼 수 없으니 마음이 아프다. 끝없이 풀어놓는 털실처럼, 잇는 말씀 난 털실 뭉치다.

    =

    이 깡통은 부드럽소 이 손은 따뜻하오 이 깡통은 누가 던졌기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거요 이 깡통으로 뭐 할까 애액은 애액을 멈추지 않고 돌아다니오 끌고 가고 끌려가고 이 깡통은 돌아다니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오 이 선반 위에는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았소 이 깡통은 소원을 이루었소 깡통 속에는 아무것도 없소 깡통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소 깡통은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오 아무 형태도 짓지 않소 이 깡통은 집어 올릴 수 없소 이 손은 풀리오 이 깡통은 풀리오 끝없이 풀리기만 하오 이 깡통은 화해하지 않소 그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텅텅 소리만 낼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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