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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장지(葬地)에서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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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회 작성일 22-10-02 11:59

본문

장지(葬地)에서

=함기석

 

 

    너의 마지막 숨이 분홍 꽃잎처럼 떠다니다 날을 세워 가슴을 깎는다 검은 포도송이처럼 나의 육체에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죽음 한 알 따 입에 넣고 혀로 굴려본다

    빨간 잇몸을 드러내고 백발노인처럼 웃는 해 허공은 무한다면체 눈을 가진 암흑 생물체고 기이한 묘지 빛과 어둠 사이에서, 말의 여백과 공포 사이에서 나의 육체는 파동이 되어가고

    검은 새 난다 계속 나뭇가지를 물어다 자신의 유골항아리 둥지로 옮기는 새들 새의 부리엔 애벌레처럼 꼬물거리는 햇빛 누가 공중에 옮겨놓은 뇌일까 저 구름은 지상의 척추에서 하늘로 무수히 뻗어가는 경동맥 핏줄들

    웃으면 입에서 돌계단이 쏟아지던 너의 유머처럼 이제 아침은 입술이 없고 우리의 생은 지름이 0보다 작은 원 그 불가해한 도형의 넓이를 측정하려는 내 찬 손과 컴퍼스 그들의 탄식과 울음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빛의 환각 속에서 소리 없이 종양이 퍼져가는 하늘 그 먹빛 하늘이 화선지 같은 대지로 천천히 스미고 있다 떠도는 꽃 떠도는 말 떠도는 너의 눈동자 허공이 숨긴 검은 뼈 사이로 눈물이 번진다

 

   얼띤感想文

    나는 죽으면 어디로 갈까? 우선 뜨거운 고열의 화로에 들어가고, 그 화로에서 일었던 열기는 조금이나마 하늘에 닿았을까, 불과 몇 초 아니 불과 몇 초는 아니겠지 십여 분에서 길게는 삼십여 분까지 바깥은 우는 사람은 있을까, 아니 웃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는 현실 세계

    그 뒤로 비로 쓸고 쓰레받기로 주섬주섬 담아보는 구름과 그것을 지켜보는 구름, 비로 쓸다가 무게가 나가는 것들까지 저기요 이거 의치도 담아 드릴까요, 아니 됐어요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오늘 행사에 주가 되는 항아리에 담아 간다.

    죽고 난 다음의 세계는 무한 다면체 징처럼 울렸던 파동의 세계에 입자와 입자끼리 부딪으며 구름을 형성하고 탁 막은 공간에서 유유히 떠도는 0보다 더 작은 원 그 불가해한 도형처럼 측정해 오는 존재도 없는 그러나 측정되어 가는 검은 새가 유골함을 채우듯 둥지는 또 부풀고 경동맥 핏줄처럼 허공을 다루는 기술에 울음을 금하지 못한다.

    하늘이 터질 듯 종양이 커지면 천둥과 번개가 일고 어디서 터졌는지 한 줄기 빗물처럼 새어 나오는 검은 피 흥건히 바닥만 적신다. 여름날 아침처럼 새로 돋은 새싹들을 보는 너의 감은 눈동자, 저기 저 먼 곳에서 빼먹은 단어를 달라며 손짓하는 구름으로 자꾸 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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