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도정기 찾기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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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2-10-03 22:46본문
옥도정기 찾기
=김행숙
이 상처에는 서사적인 고통이 있는 것 같고,
어느 날의 기억력은 술집에서 얼결에 동석하게 된 낯선 사람과 기울이는 술잔 같고,
인생에 홀연히 나타난 한 시간 동안의 친구 같고,
우리가 새빨간 거짓말과 사실을 도무지 분별할 수 없는 사이라면 간신히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빨간약을 구해줘, 이 말은 암호 같고, 우스갯소리 같고,
어디선가 어두운 목소리와 밝은 목소리가 유혹한다면 너는 어두운 목소리에 끌릴 것 같고,
그래서 말을 하다가 너는 어느덧 그림자와 자리를 바꿀 것 같고,
벽의 그림자들은 비슷비슷해서 내 것과 네 것이 바뀐 것 같고,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그림자들과 싸우는 법이지, 끌끌끌, 너는 혀를 끌고 새벽에 나가는 사람 같고,
너의 혀가 길다면 조금 더 핥아줄 것 같고,
얼띤感想文
시제 옥도정기는 아이오딘, 아이오딘화 칼륨 따위를 알코올에 녹인 용액. 어두운 붉은 갈색으로 소독에 쓰이거나 진통, 소염 따위에 쓰이는 외용약이다. 여기에 한 가지 뜻을 더 붙이자면 옥도玉度 임금의 몸가짐이나 태도 즉 시를 제유한다. 정기定期는 일정한 기간이나 기한을 말하는 것으로 시를 읽는 동안 가진 자세로 보는 것이 더 맞겠다. 이에 대한 시적 묘사로 이룬 시다.
가령, 이 상처에는 서사적인 고통이 있는 것 같다. 상처는 시를 제유하며 아주 긴 얘기 같은 것으로 푼 어떤 고통이 있을 거 같다는 어떤 암시적 표현, 어느 날의 기억력은 술집에서 얼결에 동석하게 된 낯선 사람과 기울이는 술잔 같고, 그것처럼 어떤 반가운 생소한 인식에서 오는 어떤 교감 같은 거, 거기서 더 나가면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거 같은 내적 심리묘사까지 빨간약을 구해줘 옥도정기처럼 색다른 변화에 이른 것이거나 어디선가 어두운 목소리와 밝은 목소리가 유혹한다면 너는 어두운 목소리에 끌릴 것 같다. 인식 부재로 벽처럼 되어 버린 또 다른 나, 더욱 교감으로 다가온다면 결국 그림자와 자리를 바꾸는 모습을 보게 되며 시의 세계에 대한 안착과 그 후의 또 다른 누군가가 생겨날 거고 그림자와 싸우는 너의 모습까지 그 모습을 혀를 끌고 새벽에 나가는 사람 같다며 묘사하기까지 한다.
아침을, 열어본다는 개념으로 본다면 새벽은 새로운 벽을 형성하는 일, 그러니까 시적 존재의 탄생을 뜻한다.
너의 혀가 길다면 조금 더 핥아줄 것 같고, 이 정도 했으면 만족할 만도 하지만, 카타르시스의 비계는 오늘 여기까지, 너무 길면 아프고 속만 아리다.
이 시는 같고, 같고, 같고, 같고 각운에서 오는 느낌에 운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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