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바퀴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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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2-10-04 18:32본문
두 개의 바퀴
=김행숙
두 개의 바퀴를 쓰러뜨리지 않고 계속 굴리기 위해. 모든 도로는 거대한 검은 허파로 빨려 들어간다. 뜨거운 연기를 토하는 산이 보이는 도시에서 살고 있어. 몇백 년 동안. 혹은 자전거에서 우주선까지. 너에게 엽서 한 장을 띄우는 이유. 이쪽 빌딩에서 저쪽 빌딩으로 날아가는 새와 같지 않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편의점에 들어갔다. 생수와 담배와 콘돔을 샀다. 자전거 도둑이 없는 도시에서 살고 있어. 그까짓 자전거를 타고 네가 영원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도주할 순 없지. 너는 뭔가를 꼭 붙잡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것들. 빙빙 도는 두 개의 바퀴처럼. 한 개의 머리에 두 개의 귀가 존재하는 이유. 네가 기울어질 때 쏟아지지 않는 것들. 반대쪽으로 기울어질 때에도 쏟아지지 않는 것들. 검은 숲의 입구가 많이 존재하는 이유. 가을에 큰 홍수가 있을 거라는군. 별자리가 이동하고 있어.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을 거라는군. 괜찮지? 낮과 밤의 순서가 뒤집혀도 이틀만 지나면 너는 그 밤이 그 밤처럼 곤하게 잠이 들고.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꿈이 미지근해진다. 너는 곧 잊혀질 거야.
얼띤感想文
우리는 두 개의 구체를 잡고 자구책을 찾으며 세상 걸어가는 존재다. 현실과 별자리를 보면서, 마치 자전거처럼, 두 개의 바퀴로 돌아가는 물체는 자전거 말고도 많을 것이다. 제일 눈에 띄는 건 오토바이다. 오토바이처럼 시를 쓸 순 없는 일이다. 두 개의 구체, 두 개의 바퀴에서 오는 현실과 미래 아니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은 이쪽 빌딩에서 저쪽 빌딩으로 날아가는 새와 같지 않다. 하루 일상은 늘 다른 일로 사실 일기를 쓴다고 해도 매번 겪은 작용은 빌딩 같은 원고에 반작용으로 채워야 할 일들로 생각한다면 편의점에서 보는 것과 같은 손쉽게 닿을 수 있는 상품처럼 다룰 일은 아니다. 두 개의 바퀴처럼 앞을 다지며 나아가는 앞바퀴를 보면서 뒷바퀴의 몸부림 같은 것.
나는 뭘 먹었다 하면 토끼잠을 잔다. 계란말이와 우유를 먹고 곤한 눈꺼풀은 또 잠시 꿈을 꾸며 바라보는 저기 저 별자리, 가을엔 큰 홍수라도 나는 건가! 창밖은 비 내리고 있는 밤은 오고 동네는 개미 한 마리 지나지 않는 골목만 있다. 탄수화물이라고는 국수를 먹었던 점심, 그리고 하대리에 이동하면서 암 적인 일들을 떠올리며 그러나 암은 잘 생기지 않는 요즘 세대다. 처가에 앉아 눌어붙은 솥 밑바닥 긁은 묵사발과 한 손 떼며 먹은 그 요상한 맛까지, 그러나 바깥은 여전히 비만 내리고 두 개의 구체는 단단히 묶은 까만 비닐봉지에 넣은 포도다. 차 시동을 켜놓고 앞을 바라볼 때 처형은 자전거를 타고 오며 그 비닐봉지를 나에게 건넸다. 그 속에 든 포도를 보며 한 알씩 떼며 먹으면서 내일 어머님께 드리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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