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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최정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0회 작성일 22-10-04 20:07

본문

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최정례

 

 

    여자는 빨래를 넌다 삶아 빨았지만 그닥 하얗지가 않다 이런 식으로 살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너야 햇빛이 동쪽 창에서 서쪽 창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자는 서쪽으로 옮겨 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살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너야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살게 될 줄은 몰랐지 서쪽 창의 햇빛도 곧 빠져나갈 것이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봄이 있었다 어떤 시는 오래 공들여도 거기서 거기다 억울한 생각이 드는데 화를 낼 수도 없다 어쨌든 네가 입게 된 옷이야 벗어버릴 수는 없잖아 예의를 지켜 얼어붙었던 것들은 녹으면서 엉겨 매달렸던 것들을 놓아버린다 놓아버려야 하는 것들을 붙잡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이따위 말을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형이 다니는 피아노 교습 학원차를 타고 싶어서 쫓아갔다가 동생이 피아니스트가 되었다는 얘기 그가 라디오에 나와 연주하고 있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멀리 산이 보였었는데 이 집은 창에 가득 잿빛 아파트뿐이다 전에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된 것 우연은 간곡한 필연인가 우연이 길에서 헤매는 중인데 필연이 터치를 했겠지 그래서 여기에 이르렀겠지 잃어버린 봄, 최초로 길을 잃고 울며 서 있었던 것은 여섯 살 때인 것 같다 피아노의 한 음이 이전 음을 누르며 튀어 오른다 우연과 필연이 서로 꼬리를 치며 꼬드기고 있다 문득 서쪽 창으로 맞은편 건물의 그림자가 들어선다 퇴근하는 지친 몸통처럼 어둡다

 

   얼띤感想文

    일기 같은 시다. 글의 씨를 떠올리게 하는 시어들 몇몇 이주하듯 타자해본다. 여자는 빨래를 넌다. 여자라는 시어와 빨래, 그것을 널어보며 타자한 시인을 생각게 하고 그렇지만 하얗다. 아니 남쪽은 하얗지가 않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러므로 서쪽 창은 늘 노을 가득한 하늘, 그러나 이런 일은 잃어버린 봄 같다. 시도 마찬가지다. 공들여도 공 같지 않은 일들과 화를 낼 순 없지만, 화 같다. 네가 입은 옷은 버릴 순 없고 그러므로 빨래를 하고 예의를 지켜가며 살아야 하는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놓아야 할 것은 놓아야 하는데 질질 끌려오는 일상이다. 마치 형이 피아노 교습 다닐 때 동생이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다가 한 번 타 보는 학원 차처럼 시는 그렇게 배운 이들이 따라오고 전에는 산이 멀어도 보이기는 했던 그 목표, 그러나 이제는 잿빛 원고 같은 아파트 생활로 점철돼 있고 그러나 이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잃어버린 봄이다. 세월은 또 그렇게 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여섯 살 때일 것이다. 그것은 9체의 한 아름을 뒤엎은 나이, 피아노 건반처럼 희고 검은 횡단보도 빨간 불, 그러나 파란 불도 켜지는 세계다. 사실, 어느 시기가 좀 더 긴 것인가? 분간할 필요도 없지만 건너야 할 일, 다만 저기 저 건너편 이미 밑 그림자만 드리우고 퇴근하는 지친 몸통처럼 어두운 여백만 짙어간다.

    행주를 삶았다. 역시 그냥 빨래하는 것보다는 낫다. 바깥은 비가 오고 있으므로 운동은 하지 못했다. 한 시간여 동안 밀대 들고 청소했다. 어머님은 또 지겨우신가 보다. 나를 붙잡고 한 시간여 동안 통화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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