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이 있는 사람 =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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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2-10-06 19:14본문
먼 곳이 있는 사람
=손택수
걷는 사람은 먼 곳이 있는 사람 잃어버린 먼 곳을 다시 찾아낸 사람 걷는 것도 끊는 거니까 차를 끊고 돈을 끊고 이런저런 습관을 끊어보는 거니까 묵언도 단식도 없이 마침내 수행에 드는 사람 걷는 사람은 그리하여 길을 묻던 기억을 회복하는 사람 길을 찾는 핑계로 사람을 찾아가는 사람 모처럼 큰맘 먹고 찾아가던 경포호가 언제든 갈 수 있는 집 근처 호수공원이 되어버렸을 때를 무던히 가슴 아파 하는 사람 올림픽 덕분에 케이티엑스 덕분에 더 멀어지고 만 동해를 그리워하는 사람 강릉에서 올라온 벗과 통음을 하며 밤을 세우던 일도 옛일이 돼버리고 말았으니 올라오면 내려가기 바쁜 자꾸만 연락 두절이 되어가는 영 너머 먼데를 잃고 더 쓸쓸해져버린 사람 나는 가야겠네 걷는 사람으로 먼 곳을 먼 곳으로 있게 하는 사람에게로 먼 곳이 있어 아득해진 사람에게로
얼띤感想文
우스갯소리로 ‘누죽걸산’이란 사자성어가 아닌 사자성어가 한때 유행처럼 돌았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 모 기획사 대표 曰 차를 타고 와도 20분 버스를 타도 20분이 소요되는 사무실과 집 사이 버스를 타면 좀 걸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 괜찮다며 아주 놀라워했다. 그러니까 따로 운동할 필요 없이 하루 필요한 양만큼 걸었다는 얘기다. 내 머무는 곳에서 대구 사무실까지 차로 이동하면 근 40여 분 걸리고 지하철로 가는 시간과 거의 같다. 그래서 가끔은 지하철도 타본다.
걷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다. 글도 마찬가지겠다. 살아 있으니 글도 쓰는 것이다. 마치 먼 곳에 두고 온 것을 끄집어내어 보는 일 영영 어둠에 묻을 수도 있었던 일 그 먼 곳을 다시 찾아낸 사람은 그 외 기회비용 같은 것도 있었을 것이다. 가령, 그만큼의 시간은 다른 그만큼의 시간을 비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 그러나 디딤돌처럼 강릉에서 오른 일을 그 어둠을 걷으며 새벽으로 걸어가는 사람처럼 먼 데는 더욱 먼 데가 아니고 먼 곳에 있게 한 사람은 먼 곳을 탈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매일 북삼으로 가는 이유는 먼 곳에 둔 어머니가 결코 먼 곳에 두지 않기 위해 찾아가는 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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