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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꼬리 / 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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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회 작성일 22-10-07 10:02

본문

꼬리 / 신미나

 

 

나는 다시 태어났지

물음표로, 느낌표로

 

나는 도살하는 손으로

식탁의 풍요를 위해 기도하는 자

 

나는 신의 젖꼭지를 빨면서

꿀과 은총을 더 달라고 기도하는 자

 

나는 가축의 살을 굽고 튀기면서

혀로 기름진 입술을 핥는 자

 

꼬리가 다시 생겼지

기다란 선으로

채찍으로, 물음으로

 

꼬리는 묻는다 아름답니?

나팔꽃 넝쿨이

다른 식물의 줄기를 휘감고 올라가 꽃 피우는 것이?

 

이상하지 않니?

생선의 가시와 뼈를 구분해 부르는 게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뉜 세계가

 

꼬리는 신의 머리부터 등뼈까지

살점을 들어내고 싶어하지

죄다 발라내고 싶어하지

 

어떤 영혼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사랑받는 척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홀로 작은 돌을 만지작거린다

 

어떤 이는 행렬의 맨 마지막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식판을 내밀며 기쁨을 근근이 배급 받는다

그의 머릿속에 번개가 반짝이는데도

 

나는 다시 태어났지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고 친구를 잃기 위해

 

약한 새끼를 버리고

날아가는

기러기의 노래를 듣기 위해

노을이 아름답다고 쓰지 않기 위해

 

얼기설기 엮기

손대지 말라는 해바라기 씨앗을 뽑았다는 이유로 대머리 벗겨진 선생님께

따귀를 맞았다. 죄의 무게를 달기도 전에 단번에 심장을 도려내 버리는 손아귀에 기죽어 말도 못하고 울면서 집으로 왔다. 버짐 핀 그 시간은 퇴화한 엉덩이뼈에서 꼬리로 자라나 수시로 수치심에 얼굴을 뜨겁게 한다. 난 내 죄의 댓가를 아직도 갚고 있다 아픈 기억으로.

이 시에서 꼬리는 채찍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신처럼 굴림 하는 인간의 죄를 채찍으로 후려쳐 실토하게 만드는. 이 비겁한 세상에서 진실을 말할 용기. 작은 잘못을 용서해 줄 용기. 약자를 보듬어 줄 용기는 없다. 그들만의 리그에 밟혀도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세상에서 시는 몇 번을 죽더라도 진실을 택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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