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이영광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구두 =이영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6회 작성일 22-10-07 19:58

본문

구두

=이영광

 

 

    길들이 반군처럼 에워싸고 기다리는 구두병원 앞 슬리퍼 신고 앉아 잠깐, 희망을 생각한다 오지도 않았으면서 떠날 줄 모르는 것 희망만큼 곤한 그리움도 없었지만, 희망이 구두같이 구겨서 터덜대는 발걸음이라면 그냥 그만 우릴 지나쳐가도 괜찮아, 하는 마음이 희망 아닐까

    구두처럼 내 몸 전부를 다 받아준 건 없었다 구두처럼 막다른 어둠까지 질주해준 것도 한사코 함께 되돌아와 준 것도 없었다 수술실로 들어간 늙은 애인, 내가 돌아앉아 저리고 미안한 두 발을 주무르노라면 구두는 새 굽을 신고 어딘가로 또 어질어질 가려 하겠지

    구두를 만류하여 가슴에 품고 오늘은 회복실 같은 집에 일찍 돌아가야겠다 쥐어본 적 없는데도 놓을 수 없는 것, 아침이면 어서 나가보자고 또 우쭐대는 구두 두 짝의 재촉을 죽은 이를 찾으러 가듯 따라나서게 되는 것이 희망일까

    검은 동공이 빛을 내듯 시커먼 구두약이 광이 되듯 무언가 잠깐, 희미하게 다시 타오르는 반드시 타오르고야 마는 오후가 있다 새 길의 기치창검이 하염없이 공중을 찌를 때

 

   얼띤感想文

    구두는 첫째 신발에서 오는 그 구두 둘째 마주 대하여 입으로 하는 말 셋째 맞대어 놓고 언짢게 꾸짖거나 비꼬아 꾸짖는 일. 넷째 돈이나 재물 따위를 쓰는 데에 몹시 인색한 사람을 말한다. 동음이의어다.

    길들이 반군처럼 에워싸고 기다리는 구두병원 앞 슬리퍼 신고 앉아 있다. 언어가 나아가야 할 길은 막막하다. 뭔가 쓰고 싶을 때 턱 막힌 그런 기분을 묘사한다. 슬리퍼처럼 가볍지만, 어쩌면 슬리퍼처럼 오지기 밟을 걸음은 아닌 길에서 내 언어의 치료는 역시 글(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구두처럼 내 몸 전부를 다 받아준 건 없었다. 말 한마디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내 마음에 위안하는 말이거나 말로 하루를 되돌려 본다거나 말 잘 다듬어 고삐 풀어놓는 재미와 그러니까 말이 되는 거 말이 씨가 된다거나 말도 안 되는 말 꺾으며 말 안 되고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르는 말에 잃고 난 후 외양간 고치듯 두 발을 꼭 안겨주는 구두병원을 오가며 구두를 다듬고 구두약으로 광까지 낸다면 오늘과 같이 기치 창검이 하염없이 찌르는 날도 있겠다.

    저기 저 오는 한 짝의 구두에 여기 아둔하게 앉은 이의 발에 잘 맞지 않는 구두 한 짝을 놓고 나는 요리조리 신어보며 오후 바닥을 다져본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5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62 1 07-07
491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 06-25
49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 06-25
4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06-22
491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 06-18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06-15
49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4-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