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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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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初經) =윤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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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회 작성일 22-10-07 21:33

본문

초경(初經)

=윤진화

 

 

    검은 숲에서 북소리 들려온다 짐승의 정강이뼈를 들고 북치는 봉두난발 소녀가 나온다 벗겨 말린 털로 버찌 같은 젖꼭지 가리고 솜털 솟은 아랫도리 숨겼다 소녀의 목에는 송곳니로 엮은 목걸이 걸려 있다 머리 위로 초생달이 떠 있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매 한 마리, 설화 가득 핀 나뭇가지의 잔설(殘雪) 떨구며 날아오른다 멀리 별똥별이 밤공기를 세차게 가른다 소녀가 달을 꺾어 손에 쥔다 둥 두둥 붉은 달이 떠오른다 유년의 숲속에선 사라진 달을 찾는 장작불이 타오른다 밤하늘을 숨죽이며 날고 있는 매가 머리 위에서 춤춘다 허공에서 휘이익, 한 바퀴 돌던 달이 날개를 펼친 매 대가리에 꽂힌다 깃털이 소녀의 머리 위로 내려앉는다 숲속 마을까지 비릿한 사냥꾼의 냄새가 술렁인다 허리춤에 사냥한 매를 단단히 꿰는 소녀, 매의 피가 소녀의 가랑이를 타고 흐른다

    ―윤진화 시집 우리의 야생소녀(문학동네, 2011)

 

   얼띤感想文

    소설가 이문열 선생의 들소를 읽듯 한 느낌 잠시 받았다. 마치 구석기 어느 시기쯤으로 말이다. 시제 초경은 여성이 처음으로 시작하는 월경을 말한다. 시는 그 월경을 묘사하듯 글의 세계로 입문한 그 느낌과 중첩한다. 이 시에 사용한 시어를 잠시 들여다보면,

    검은 숲 그러니까 글을 은유한 문구라면 짐승의 정강이뼈는 색상으로 보아 흰색 아직 뭐라도 바르지 않은 백지, 북 치는 봉두난발 소녀 내나 여자고 극으로 따지자면 뒤에 나오는 매()와 같다. 버찌 같은 젖꼭지나 솜털 같은 아랫도리는 앞으로 검은 숲을 이룰 초경, 초경들 소녀의 목이 나오고 여기에 송곳니 역시 흰색 그것으로 엮은 목걸이다. 목을 걸고 송곳니처럼 바라보는 숲속에 있다.

    머리 위 초승달이 뜬다. 달은 하나의 이상향이다. 공중, 허공에 떠 있는 존재며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했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매 한 마리 난다. 여기서 유년의 숲속에선 사라진 달을 찾는 장작불이 타오르는 것은 완벽한 하나의 달을 향한 그리움 같은 것이다. 그것이 완전한 죽음의 세계 숲의 이행은 어렵기에 별똥별이 밤공기를 세차게 가르는 길을 보며 소녀는 달을 꺾어본다. 그것은 마치 초경처럼 아픈 현실에 대한 새(,생각)며 그 새를 지우기 위한 어떤 몸부림은 달을 향한 일념이겠다.

    결국, 소녀(여자)는 완벽한 숲으로 걸어간다. 숲속 마을까지 비릿한 사냥꾼의 냄새가 술렁이고 허리춤에는 사냥한 매를 단단히 꿰는 소녀다. 매의 피가 소녀의 가랑이를 타고 흐른다. 매의 피는 현실에 관한 생각과 시로 이적한 세계관과 소녀와의 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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