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서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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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2-10-09 18:33본문
바다
=서상영
여인과 노인은 친척이 아니었다 그들은 항상 바다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화가 난 표정이었다 서로가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말은 없었고, 푸른 파도가 목장처럼 펄럭댔다 여인과 노인은 친척이 아니었다 그저 백사장에 버려진 편지처럼 흔들렸다 바다는 비밀이 아니었고 성난 풀들은 하늘까지 뻗쳐 시들어갔다 화사한 노을로⎯,여인의 자궁에서 피가 터졌다 푸른 바다가 달아올랐다 여인은 새빨간 핏덩이를 낳으며 비명을 질렀고 빈 망태를 짊어진 노인은 핏덩이를 훔치고 싶어 여인의 주위를 뛰어다녔다 길길이⎯, 바다를 경작하러 떠난 사내는 소식이 없었고 피 돌고 숨 쉬는 바다가 앞에 있었다 여인과 노인은 친척이 아니었다 노인이 지팡이로 하늘을 찌르자 별이 터졌다 푸른색 잉크로 쓴 이야기처럼 바다가 아팠다
얼띤感想文
여인과 노인은 친척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은 항상 바다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는 거다. 화가 난 표정이고 서로가 비밀을 알고 있어 말은 없었다. 목장처럼 푸른 파도만 펄럭댄다. 언어의 고장 온갖 종류의 물고기는 모두 바다가 근원이며 다시 돌아가고픈 바탕임을 보면 여인은 생산자의 한 축으로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더욱 수평에 가까운 존재며 바다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그들은 백사장에 버려진 편지처럼 흔들렸다. 백사장은 마치 우리가 익히 다 사용할 수 없는 언어를 상징하듯 바다와 가깝고 그들의 마음을 마치 편지처럼 움직이게 한다. 어쩌면, 이런 감상문 또한 백사장처럼 흩날리는 익명으로 보내는 편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흔들렸다.
바다는 비밀이 아니었고 성난 풀들은 하늘까지 뻗쳐 시들어갔다. 근원은 주류거나 지류거나 알 수 없는 사실이다. 마치 하나의 씨앗처럼 한 세계를 품은 구체 덩어리이므로 비밀도 아니거나 비밀도 없는 존재다. 바다가 그렇다는 얘기다. 성난 풀들은 초식으로 살아 움직이는 사색들로 바다에 근접하는 일종의 운동이겠다. 하늘은 머리를 치환한 것으로 보이고 화사한 노을은 지울 수 없는 추억이나 기억 같은 것을 은유한 것이겠다.
여인의 자궁에서 피가 터졌다. 한 생명의 탄생은 푸른 바다의 대변이자 시적 인식의 결과물이겠다. 어쩌면 노인이 바라는 상이며 죽음으로 이행하는 과정과 새 생명의 산출로 잇는 어떤 희망을 대신에 하기도 한다.
이 시를 읽고 있는 과정도 어쩌면 바다를 경작하기 위한 저 여인(詩, 如字)의 잉태와 출산의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일이 아닐까! 여인과 노인은 친척은 아니지만, 죽음의 경계를 두고 동시적으로 바라보는 거울처럼 바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족속이겠다.
지팡이는 여인의 시적 잉태와 출산의 과정을 은유한 시어가 아닐까 바다에 이른 또 다른 별의 출산으로 그것은 검은 잉크가 아닌 푸른 잉크였으므로 푸릇푸릇하게 살아 숨 쉬는 시초, 초식이 아닐까!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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